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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424

4월을 보내며 눈 깜짝할 새  올 해의  3분의 1이  지나갔다.            세월이 왜 더 빨라진 것  같을까?    물론  나이 탓일 거다.            나이에  따라  세월이  달리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말 그대로 나의 세월은             최고의  속도로  달려갔나 보다.                       한 해의 3분의 1,   4개월 동안  병원 다닌 것 외  뚜렷이  기억나는 일이 없다.            그저  그때그때  주어지는 대로  살아왔을 뿐이다.            어느새  장미가  피기 시작한다.           장미가  피면  잇다라  작약도  필 거다.  많이는  없지만  우리 아파트  마당에           장미도  있고  작약도  있다.          .. 2024. 4. 30.
모란이 피었다 아파트 마당에 모란이 피었다. 철쭉이 하도 많아 철쭉꽃그늘에 가려 몇 그루 있는 모란은 눈에 잘 띄질 않아서 꽃이 핀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오늘 우연히 병원 다녀오는 길에 차창으로 활짝 핀 모란이 보이길래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사진부터 몇 장 찍었다. 어느새 나뭇잎들은 연두를 넘어 초록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 속에 화려하게 피어 있는 모란, 모란을 보면 영랑의 시가 생각난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음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 2024. 4. 23.
유대인 극장 (리뷰) 이 책은 유대인극장을 포함하여 여덟 편의 단편을 묶은 이성아 작가의 신작이다. 이성아 작가의 책을 처음 대한 것은 "나는 당신의 바다를 항해 중입니다"였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표현에서도 의도하고자 하는 생각이 다 묻어나는 작가의 이 산문집을 읽으며 나는 독자가 되었다.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꼭 사봐야지 하고 있는데 마침 블로그 이웃인 루시아 님 께서 이 책을 보내 주셨다. 여덟 편의 단편이 쉽게 다룰 수 없는, 떠돌며 방랑하는 유대인을 비롯, 탈북자 자폐아, 코로나, 이런 소재들이 다루어져 있다. 여덟 편의 단편 중 대표작이랄 수 있는 유대인 극장은,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주인공 나에게 이혼을 한 언니가 바람을 쐬려고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언니의 그늘에 가려.. 2024. 4. 21.
오늘은 중앙공원에서 걷기 재활병원에 안 가는 날은 동네 길을 3,000 보에서 5,000 보 사이를 걷는다.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겨우 3,000보를 걷기도 하고 5,000보를 넘겨 걷기도 한다. 늘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지루하고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마침 아들이 집에 있길래 중앙공원에 좀 데려다 달라고 해서 요양사와 함께 중앙공원으로 걸으러 갔다. 중앙공원에는 철쭉과 튤립이 잔뜩 피어 꽃동산이 되어 있다. 때 맞춰 잘 왔네! 철쭉은 얼핏 보면 조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벚꽃처럼 빨리 지지 않고 색이 선명해서 좋다. 입구에는 이런 화분들이 놓여 있다. 웬 단풍? 단풍나무는 아닌데 왜 물들었을까? 궁금해서 찰깍 요양사와 나는 어디를 가면 우리끼리의 국룰이 있다. "내가 이 부근에서 사진 찍고 놀고.. 2024. 4. 19.
벌써 여름인가? 한 서너 시간 잤을까? 더워서 잠이 깼다. 어제 낮에는 반 팔로 걸었는데도 땀이 흘렀다. 절기상으로는 6월부터 여름인데 벌써 여름이 왔나 할 정도로 덥다. 아파트 마당이 연분홍 살구꽃과 벚꽃에서 연두의 이파리들과 철쭉들로 바뀌어 버렸다. 나는 이맘때의 산과 나무들이 좋다. 새파란 초록보다 연두의 나뭇잎들이 좋다. 눈 가는데 전부가 연두, 연두다. 요양사가 퇴근하고 아들도 집을 비운 어제 오후, 얏호 하면서 혼자서 밖으로 나갔다. 홀로서기를 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ㅋㅋ 동네 산책길, 왕복 1킬로다. 이 길을 두 번 왔다 갔다 하고 놀이터에 있는 운동기구마다 올라가서 100번씩 했다. 집에 와서 보니 4,600 보 조금 넘었다. 철쭉이 피기 시작한다. 아파트 마당이 온통 철쭉이다. 철쭉이.. 2024. 4. 14.
우울한 소식 아끼던 후배가 남편이 치매인데 본인도 치매 전 단계 판정을 받았다는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어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저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나 보다 5년 후배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이 된 후배는 퇴직 후 캐나다 토론토로 시민권 가진 한국 남자에게 재혼을 해서 이민을 갔었다. 퇴직금은 일시불로 받아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줘 버리고. 한국에 올 때마다 꼭 나에게 못 만나면 전화라도 했는데 귀국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연락이 없어 이리저리 알아봤더니 이런 처지라고 한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네서 둘이 병든 몸으로 지금 얹혀살고 있다고, 왜 남편이 시민권자이면 연금도 받을 텐데 캐나다에 살지 귀국했느냐고 했더니 치매남편을 요양원은 보내기 싫고 자기 혼자서 감당이 안되어 함께 온 모양이라고.. 2024.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