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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집에 오늘은 혼자 집에 있다. 요양사는 연휴라 안 오고 아들은 친구들과 등산 갔는데 딸이 오겠다는 걸 못 오게 했다. 장 봐오고 음식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무조건 꼼짝 안 하고 집에만 있을 테니 오지 말라고 했다. 아프고 나서 2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이렇게 혼자 있어 보기가 처음이다. 혼자 있어도 심심치 않은 건 넷플릭스라는 친구가 있고 블로그놀이도 있고 해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도 뭣해서 이웃들이 나와서 걷는다기에 조심조심 살살 나가서 3,000보 조금 넘게 걷고는 들어와 버렸다. 올 설은 음식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했다. 식구래야 딸네 식구 합해서 다섯 명뿐이기도 하고 물가도 비싸고 힘도 들고 해서다. 내가 부엌에 오래 서 있지를 못하니까 생선 말려서 찌는 것과 마른 고사리 삶기만 하고 나머지 .. 2024. 2. 11.
낙지 먹고 기운이 펄펄 딸이 낙지요리 잘하는 집을 알아냈다며 먹으러 가자고 했다. 모처럼 사위, 아들, 딸과 함께 안양 공설운동장 부근에 있는 산 낙지 전문점으로 점심 먹으러 갔다. 이 가게는 부부 두 분이 부인은 요리하고 남편은 서빙하는 아주 단출한 집으로 국산 낙지만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으로 가격은 약간 높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다. 낙지 철판구이다. 기본 상차림도 꽤 먹음직하게 간재미 무침과 풀치조림이 나왔다. 간재미 무침과 풀치조림이다. 풀치는 어린갈치를 말린 것으로 찢어서 조림을 한 것인데 부산에 살 적에는 값이 싸서 자주 먹었는데 서울지역에서는 잘 팔지도 않는다. 낙지 철판구이 인데 낙지가 산 낙지가 두 마리나 들어 있다. 주인이 테이불로 와서 낙지를 잘라 주었다. 먹음직해 보인다. 철판구이 다 먹고 .. 2024. 2. 8.
겨울 학의천 지난가을에 학의천을 걸어보고는 처음이다. 집에서 멀지는 않지만 걷기도 타기도 어중간해서 요즘의 몸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아서 망설였는데 마침 아들과 그쪽으로 지나치게 되어서 자동차를 세워 놓고 내려가 보았다. 학의천은 청계천이나 양재천과 달리 아직 손을 덜 대서 흙길 그대로의 코스가 많아 내가 걷기에 딱 좋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서 걷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디에도 봄이 오는 느낌이 아직은 없다.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검은색이 많고 잔디는 메말라 있다. 그러나 얼음은 다 녹아서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다. 저 징검다리를 건너면 내가 15년을 다녔던 수영장이 있다. 수영을 그만 둔지도 몇 해가 되었지만 그곳에서 즐겁게 수영했던 일들이 떠 오른다. 허리가 아파오면서 접영과 평영을 못하게 하니 수영하는 게 .. 2024. 1. 31.
2024년, 내가 살아가는 모습 날씨가 많이 풀렸다. 오전에는 재활병원 다녀오고 오후에 동네길을 걸었다. 사람들 어깨가 펴지고 호주머니에서 손이 밖으로 나온 것으로 봐도 그 매섭던 추위가 물러가는 것 같다. 요즘 한 며칠 매섭게 추웠기는 하지만 올 겨울은 대체로 날씨가 따뜻했다. 재활병원에는 자전거가 열 대가 있다. 그러니 같은 시간대에 열 사람이 같이 자전거를 타는데 선풍기를 틀거나 창문을 열어야만 되는 사람은 혼자뿐이다. 입원환자들 대부분은 추위를 많이 타서 환자복 위에 가디건을 걸치거나 속에 내복을 입거나 하는 사람들이라 나 혼자 덥다고 창문을 열거나 선풍기를 튼다는게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그래서 되도록 구석자리로 가서 바람 방향을 나에게만 오도록 맞춰 놓고도 옆의 사람 심기를 살필 수밖에 없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다.. 2024. 1. 27.
오늘 내린 눈 날씨가 정말 열두 변덕이다. 일기예보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폭설이라고 재난문자까지 와도 그냥 눈이 내리다 마는 정도이고 시베리아 추위가 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어도 그다지 춥지는 않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하늘이 흐린 듯 어둡길래 얼른 밖을 내다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당에도 길에도 제법 쌓여 있는데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어서 오늘 병원을 갈 수 있을까 없을까 하면서 계속 창 밖만 내다보다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병원으로 나서는 9시가 되니 신통하게도 눈이 그치길래 집을 나섰다. 아파트 마당이다. 눈이 제법 내린 것 같은데 자동차만 하얗게 눈에 덮여 있고 나뭇가지들에는 눈이 없다. 신기하다. 왜 나무에는 눈이 없을까? 큰 길은 염화칼슘을 뿌려서 자동차 다니기에는.. 2024. 1. 22.
진눈깨비 내리는 날, 칼국수 진눈깨비가 내린다. 눈이 내리려면 제대로 내리던가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은 기분도 다운되고 몸 컨디션도 다운되기 딱 좋다. 재활병원에서 돌아오면서 뜨끈뜨끈한 게 먹고 싶어서 칼국수에 만두를 넣어 끓여주는 집으로 갔다. 운전해 준 딸과 요양사와 셋이서. 의왕시의 백운호수 부근 안골이라는 마을이다. 어느 산골을 지나는 듯 집도 없는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돌아 들어가니 산 밑 막다른 곳에 옹기종기 몇 채의 음식점이 있는데 그중 자동차가 제일 많고 번호표까지 나누어 주는 칼국수 집엘 들어갔다. 우리는 셋이서 손만두전골 2인분에 수수부꾸미 하나를 시켰다. 요즘은 아무리 소식좌라도 음식점에서 셋이 가서 2인분 시키는 건 안 되는 일이라 수수부꾸미를 더 시켰다. 남으면 싸 오면 되니까. 보리밥도.. 2024.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