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도 가끔씩 정신줄을 놓아버리나 보다.
우리 아파트에 한 그루 있는 백일홍이 이제사 예쁘게
꽃을 피웠다. 보통 한 여름에 절정을 이루는데, 올 해는
여름에는 시들시들 하면서 피는듯 마는듯 하드니
이제사 활짝 피었다.
늦게나마 꽃이 피니 반갑고 고맙긴 하다. 들락거릴 때 마다
꽃나무밑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 보면 마음이 행복해 진다.
세상이야 어수선하건 말건, 물가야 다락같이 올라가건 말건
꽃을 보는 마음은 천하태평이다.
옛 어른들이 백일홍이 피고 지고 세번을 하면 햅쌀밥을 먹을때
라고 했는데 비록 세번을 피고 지고는 안 했지만 이렇게
피고 보니 햅쌀밥 먹을 때가 되긴 했네. ㅎㅎ
우리 아파트에는 대추, 모과, 감, 살구나무는 여러그루씩
있는데 백일홍은 딱 이 나무 한 그루 뿐이다. 그런데
이 한 그루 뿐인 나무가 꽃이 피면 참 예쁘게 핀다.
한창 계절인 7,8 월에 몇 송이 안되게 피어서 사람을 실망
시키드니 때늦게사 이렇게 활짝피었다.
그래서 요새는 마당을 거니는 일이 많이 즐거워졌다.
지난 여름은 너무 더워서 명옥헌이나 병산서원 같은 백일홍으로
유명한 곳을 못 다녀와서 속 상했는데 이렇게 아파트 마당에서
비록 한 그루 뿐이지만 활짝 핀 백일홍을 보게되니 참 좋다.
늦게 피었으니 빨리 져버리지 말고 오래 오래 피어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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