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여자들은 어떤 밥이 제일 맛있느냐는 물음에
남이 해주는 밥이라고 대답한다.
결혼해서 살면서 거의 죽을때 까지 하루 세 끼니의 식구들
밥을 챙기다 보니 너무나 힘들어서 나도 남이 해주는 밥
먹고 살아봤으면 하는 소원을 품고 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외식도 잦고 대용식도 많이 먹으니까 옛날처럼
힘들지는 않을수도 있지만 나이 많은 남자들의 특징이
꼭 국이나 찌게가 있어야만 밥을 먹는 습관들이 있어서
그 번거로움을 감내한다는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얼마전에 어느 유명한 여자 탈렌트가 TV 에서 말하기를
자기는 젊은시절 생계를 위해서 탈렌트를 했다고 하면서
그래서 들어오는 역은 다 하다보니 하루종일 찰영을 하고
지쳐서 들어오는데 자기 얼굴을 보는 순간 남편이 “밥” 이라고
해서 참다 참다 하루는 “내 얼굴이 밥이냐고, 나만 보면 밥밖에
할 말이 없느냐고 소리를 질렀드니 그 다음부터는 좀 덜하드라고
했다.
아침 산책길의 동무, 정자씨는 같이 걷다가 7시가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간다. 시계 밥 줘야 된다고.
그 댁 영감님은 정확하게 7시면 밥을 먹어야 되기 때문에 다 준비를
해놓고 나왔다가 7시가 되면 뛰어 들어가 밥을 차려줘야만 된다고
농담처럼 시계 밥주는것으로 표현들을 한다.
그런데 정자씨네 시계 밥 주는 시간이 점점 빨라져서 요즘은 새벽산책을
못 나온다. 7시에 먹던 밥을 이제는 6시30분이면 먹어야 된다고 한다.
아침은 6시 30분, 점심은 10,30분, 저녁은 오후 3시 30분에 끝내고
긴 긴 밤에는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정자씨가 더욱 싫어하는것은 “우리 영감은 내가 부엌에 들어가는 기척을
느끼면 바로 숟가락 들고 식탁에 앉아서 기다린다” 다.
그러니 서두를수밖에 없다고, 우리 시계는 고장도 안 나요 한다.
같이 늙어가는데, 내 한 몸 건사도 힘드는데 영감님 세끼에
간식까지 챙겨줘야 하고, 젊은 여성들은 같이 일하러 다니는데
남편은 퇴근해 오면 휴대폰만 보고 있고 혼자서 아이 케어할랴
밥 할랴 하니 사는게 너무나 힘들다고들 한다.
그러니 자연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소리가 나올수밖에 없다.
자기가 밥을 하지 않고 얻어만 먹는 남자들은 그게 뭐 힘드느냐고
말하지만 허구헌날 밥을 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그렇다고 얌전히 먹어주면 또 괜찮지, 짜다, 달다…. 어쩌구 하면서
지적질을 해대기도 하니…….
또 한 사람, 귀옥씨네 영감님.
자기 손으로 물도 안 떠 먹는 사람이다.
한번은 부인이 혈변을 쏟고 너무나 무서워서 아침 일찍 병원엘
갈려고 나서는데 영감님이 육개장을 끓여놓고 가라고 해서
새벽부터 시장을 간다기에 우리는 남의 영감이지만 대한민국에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해주었다. 같이 가주지는 못할망정 밥 걱정
말고 얼른 병원부터 갔다 오라고 해야 지 그 지경에 육개장을
찾다니… 참.
며칠씩 걸리는 여행을 가서 돌아올 때 쯤되면 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집에 가기 싫다고, 남이 해주는 밥 먹고 놀러만 다니니 너무 좋았는데
하면서 아쉬워 한다.
먹지 않고 살수는 없으니 투덜거리면서도 오늘도 내일도 또 식구들
밥을 챙길수밖에 없는게 여자들이다.
부디 채려주는대로 재촉도 하지 말고 지적질도 하지말고 고맙게
먹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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