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60 하우현 성당의 가을 하우현 성당으로 미사 보러 가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집에서 자동차로 한 20분이면 가는데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찾아갔다. 미사가 11시 시작인데 우리 도착시간은 10시 20분, 미사시작 시간까지 40분이나 남았다. 간단하게 성호만 긋고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하우현 성당의 가을은 참 곱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성당 건물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다. 의왕시 원터아랫길에 있는 하우현 성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1906년에 건축된 사제관은 한양 절충식으로 몸체는 서양식 석조, 지붕은 .. 2024. 11. 22. 멀고도 힘든 길, 재활 2년 반이 넘도록 1주일에 세 번씩 재활병원을 가고 있다. 월, 수, 금 이렇게 사흘을 가서 두 시간씩 치료를 겸한 운동을 한다. 지금의 내 생각은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자기 손으로 밥 먹고 샤워하고 화장실 다니고 이런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장수가 재앙이 된다. 재활병원에서의 2 시간은 네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첫 30분은 물리치료사가 눕혀놓고 아픈 허리와 다리를 마사지를 15분 정도하고 그다음은 한쪽 발목에 2킬로짜리 모.. 2024. 11. 21. 딸네집 김장 언제부터인가 김장하는 날은 돼지고기 수육과 절인 김장배추 속잎으로 쌈 싸 먹는 게 국룰처럼 되었다. 라떼야 워낙 김치를 많이 담그다 보니 몸이 파김치가 되어 아무것도 못하니까 고작 놀면서도 일을 안 거들던 남편이 선심 쓴다고 짜장면을 시켜 주던 게 전부였는데 이런 문화도 세월과 함께 많이 변했다. 딸네가 김장을 했다고 저녁 먹으러 오라고 했다. 김치도 가져가야 하니 걸어서 오지 말고 자동차를 갖고 오라고 해서 아들이 운전해서 갔다. 상이 이렇게 차려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절인 배추 속잎에 마늘장아찌 오.. 2024. 11. 20. 아들이 오는 날 오늘은 아들이 일본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다. 미혼이지만 중년의 아들, 아마 고기만 실컷 먹고 오지 않을까? 그래서 아들이 오래 집을 비우고 돌아올 때는 늘 나물반찬을 만들어 놓는다. 요양사도 일이 있다고 안 오는 날, 혼자서 몇 가지 나물을 만들어 보았다. 무 나물, 고사리나물, 콩나물을 만들어 놓고 지난번 총각김치 담글 때 잎이 남아 데쳐 놓았던 무 청으로 시래깃국을 끓였다. 만들어 놓은 나물 반찬이다. 무를 체 썰어서 들기름에 볶았다. 아직도 팔놀림이 시원치 않아 썰어 놓은 무를 보니 .. 2024. 11. 19. 떠나가는 가을 가을이 떠나고 있다. 어제만 해도 도로 여름으로 가는 듯 더워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도 보였는데 비 오고 나더니 기온도 내려가면서 낙엽이 수북이 떨어지고 있다. 덥다 덥다 했는데 금방 춥다 춥다 할 것 같다. 내가 매일 걷는 동네 산책길이 낙엽으로 덮여 있다. 아파트 노인정 지붕위로 때늦게 빨갛게 물든 단풍, 자세히 보면 같은 나무인데 위에는 빨갛고 밑에는 파랗다. 이렇게 낙엽이 쌓이면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꾸르몽의 시를 노래처럼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혹 낙엽을 잘못 밟아 .. 2024. 11. 18. 보물일까? 고물일까? 내가 갖고 있는 몇 권의 책, 낡아서 펼치면 가루가 날리고 종이는 누렇게 변해서 볼품이라고는 없는 책, 겉으로 봐서는 고물에 틀림없지만 발행연도나 그 책을 사게 된 동기 같은 걸 생각하면 또 보물 같기도 하다. 박경리의 소설 표류도와 이상 전집 세 권, 부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또 이곳 안양 평촌으로 오기까지 열 일곱번의 이사에도 버리지 않고 끌어안고 와서 서재에 꽂혀 있는 이 책들을 버리려면 아깝고 두고 보려니 너무 낡아 먼지가 풀풀 난다. 이렇게 네 권이다. 내가 고물 같은 나이이다 보니 이보다는 낫지만 갖고.. 2024. 11. 17. 이전 1 2 3 4 5 ··· 2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