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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언니

by 데레사^^ 2018. 7. 25.



언니는  올해  여든여섯,  나하고  일곱살  차이다.

작년에  형부를  먼저 보내고 나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 가 보았다.

먼 나라도  아니고  같은  땅이지만   광주라  멀다보니  쉽게 가지지가

않아서  별르다가   찾아 간것이다.

 



덥긴 하지만  날씨가  맑아서   아들은  운전하고   조수석에  앉아서  경치

감상만  하고  가는  내게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자동차 안이라

에어컨을  틀고  가니  더운줄도 모르겠고  맑은 하늘에  둥둥  떠있는

구름을  보는  마음이  즐겁기만  하다.

 



 



 



언니네 아파트 화단에는  무궁화랑  백일홍이랑  부용이  피어 있다.

언니네  베란다는  이제 아무것도  없이  삭막하게 되어 버렸지만

1층에  사니까  화단의  꽃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언니네 집은  너무  덥다.   멀쩡한  에어컨을  구식이라고  뜯어 놓고는

신형을  주문했는데  아직  설치를  안 해 준다고  투덜투덜이다.

설치하러 왔을때  떼도  되는데  미리  떼놓고   이 더위에  무슨 고생이람….

 



언니는  똑똑했다.   나하고  달리  인물도  예뻤고  노래도  무용도 잘했다.

젊은날  학교선생님을  잠간  했었고   게이트볼  국제심판 까지  했었다.

그랬던  언니가   허리는  구부러 지고    치매 5등급  판정  받고는  요양

보호사가  매일  다녀간다고  한다.

 



그러나  정신은  말짱하다.  옛날 일도  지금 일도  똑똑하게  잘 기억하는데

귀가  안 들려서  적어도  다섯번 이상  말해야  알아 듣는다.

그래서  보청기를  하지 그러느냐고  하니,  아는  사람이  보청기 하고는

며칠 있다가  죽어버렸다고   보청기를  안 한단다.

본인이야  괜찮지만  자식들이   한마디 말을  다섯번  여섯번을  할려면

힘들고  귀찮을텐데  보청기는  하루를  살아도  해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막무가내다.   이게 치매인가?   아무튼  등급을  받고  요양보호사가 나오니까

맞긴  하겠지만   고집부리는것  빼고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 모두가  언니가  게이트볼 할때  받은  토로피와  메달들이다.

10년전쯤  까지는   일본으로도  심판보러  다니고   국내는   빠지는 곳

없이  심판보러 다녔는데  이제는  대문밖  나가는것도  힘들다.

유모차처럼  생긴걸  밀고  나가면  좀  편한데  그건  더 늙어 보인다고

지팡이를  짚고  휘청거리며  뒤뚱거리며   병원에 가는  정도다.

 

늙는다는게  이렇게  무서운걸까?

이  더운데  김치를  사람시켜서  사다놓고는  가져 가라 하는것  까지는

좋은데  병어조림을  해놓고  그것도  가져 가란다.    서울 가다가  상해

버린다고  해도  자꾸만  가져 가라고  졸라서  할 수  없이  먹어 버리고

왔다.

 

언니는  언제까지  살수  있을까?

점점  더  나빠질텐데  저러고도  살아 있는게  행복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은  자기손으로  밥 먹을수  있고   세수할수  있으니  괜찮은데

그  능력조차  없어지면   요양원으로 가야겠지….

 

내 마음속에는   경주에서  미인으로  소문났던  언니의  젊은시절만  떠오른다.

절반으로  굽어버런 허리,   안 들리는 귀,   집안에서도  겨우  움직이는 몸,

아,  생각하기  싫은  언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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