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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황혼의 엘레지

by 데레사^^ 2018. 7. 7.



저녁을  좀  일찍  먹었다.

베란다에서  내다 보는  하늘이  고와서  휴대폰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한 며칠  낮에는  하늘이  푸르고  맑드니   황혼녘의  하늘도

제법   아름답다.

 



갑자기   황혼의 엘레지란  노래가  생각난다.

황혼이라고  하면   인생의  황혼이든   하루의  황혼이든   조금은   쓸쓸하고

슬픈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지만   오늘의  황혼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산책로에서  옥순형님을  만났다.

좀  풍채가  있으신 분인데   수척하고   말라 보이길래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  보았드니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길래  병원에  갔드니  심장 한쪽이

막혀서  입원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선  약으로  다스려 보고  안되면  다시  입원해서  뚫는

수술을  하자고  한다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여든다섯,  나보다  여섯살  많은  분인데   몇 년 후에  내게도  닥칠 일만

같아서   마음이  우울해 진다.

 



집에  계시지  왜  나오셨느냐니까   아들이  누워만  있는다고  성화를  대서

유모차를  밀고  나오긴  했는데  숨이차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하면서

의자에만  앉아서  계시는데  옆에서도   숨차하는게  느껴진다.

 



해 드릴 말이  없다.

내일  돌아가셔도  오늘  편해야 하니까  의사가  권하면  수술하는 쪽으로

한번  생각 해 보시라는  말을  하고   헤어졌는데  자꾸만  돌아 보여 진다.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또  돈 한푼에도  벌벌  떨던  옥순형님.

돈 쓰기를  그렇게  겁을  내고  먹는것도  입는것도   아끼고   아꼈는데…..

 

우리는  흔히  까짓것  죽으면  그뿐인데  살아 있을때  해 보고 싶은것  다 하고

살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게 사실  쉬운일인가  말이다.

우리들  세대는  그렇다.  본능적으로   아끼고  살아온  버릇이  몸에 베여서

돈 지갑을  열면   손이  떨리게 마련이거든.

그러다가  결국은  병원에  다 갖다  바치고…..

 



퇴직후 처음으로  우리동네  산책로에   나왔을때는   내가  젊은축에

들었는데  어느새  상노인의  반열에  올라서   손위의  사람들을   만나면

옥순형님처럼   많이  아픈 사람들 뿐이다.

 

인생의 황혼,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지냈으면  하는게  누구나의  소망이지만

나도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밤이되면  여기저기  아픈곳이  많아진다.

그래서  그걸  이길려고   늦은밤에  산책도  하고  뜨게질도  하고   무엇엔가

몰두를  해 본다.

그러면서  늘  하는 말,  인생  참  별거 아니드라….

 

그래도  오늘  저녁  하늘은  너무 곱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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