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 부근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아무래도 미진한듯
해서 카페 아라베스크로 차를 몰았다.
이 카페는 남한산성의 중간쯤 약간 숨은듯한 뒷쪽에 있지만
안내간판이 큰 길에 있어서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자동차 차창으로 언뜻 언뜻 스쳐 지나가는 남한산성의 봄은
산벚꽃이 피어있고 산은 연두로 예쁘고 물들어 있어서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드디어 카페 아라베스크에 도착. 이렇게 숨은듯한 위치다.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은 야외의자에도 많이 앉아 있다.
무릎 담요들을 덮고서.
그러나 우리는 안으로 들어 왔다.
카페안은 오밀조밀 장식이 예쁘다.
다섯명중 둘은 커피, 셋은 아포카토 커피라고 이렇게 아이스크림에다
옆에 있는 커피를 부어서 먹는건데 맛이 꽤 좋았다.
달콤하면서도 구수하달까?
진한 커피향 까지 섞여서 노곤한 봄날 한 낮에 딱 어울린다.
처음 먹어보는 할매는 커피를 그만 지저분하게 부어서 비쥬얼이
영 엉망으로 되어 버렸다. ㅋㅋ
다섯중에 둘은 아직 현직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십년을 고난을 함께 했기에 말들이 잘 통한다.
주말도 없이 출근하던 때에 비해 요즘은 연가를 많이 쓸수록
오히려 근무성적이 올라간다는 말에 실없이 부러워도 해보고…
추억담에 섞어 선거얘기며 각자 나이만큼 아파지는 몸에 대해서
건강염려증 환자들이 되어 주절이 주절이 늘어놓기도 하고….
남한산성에서의 봄날 하루를 이렇게 먹고 마시고 수다떨고
하면서 보냈다. 헤어질 때는 가을에 또 한번 뭉치자라는 인사를
손가락을 걸어가며 다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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