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다. 참 많이도 내렸다.
종일 창 가에 붙어 서서 눈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다 잠시 그치길래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넘어질까 무서워서 멀리는 못 가고 우리 동 앞만 몇 걸음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었다.
아파트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
첫눈이 폭설에 가깝게 내리니 모두 나와 볼 생각도 않나 보다.
아직은 단풍이 남아 있는데 눈이 쌓이니 장관이다.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많이 내린 눈, 눈 사람 만드는 아이들도 없다.
어제만 해도 단풍이 고와서 단풍사진도 찍었는데 오늘은 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
좀 멀리 나가면 더 좋은 풍경을 찍을 수 있을 텐데 우리 아파트 우리 동
앞에서만 찍을려니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오늘 같은 날은 안전이 상책이니
참을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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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와서 베란다에서 도로 쪽을 바라봤다.
눈이 잠시 멈추었을 때인데 조금 있으려니 아래 사진처럼 되어 버렸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니까 시야가 흐릿해진다.
오후 2시에 치과 예약이 있는데 전화 걸어서 연기를 했다.
재활병원도 못 간다고 연락했고, 오늘은 완전 땡땡이치는 날이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종일 집콕이다.
잠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 가 사진 몇 장을 찍었을 뿐 집에서
딩굴딩굴하다 지금 서울에 와 계실 나미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번 서울행은 완전대박이라고 무척 좋아라 한다. 창덕궁 후원의 멋진
단풍도 보고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눈도 본다면서 들뜬 음성이다.
지금쯤 부산에 도착해서 눈 사진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기예보는 내일까지 눈이 올 거라고 하는데 올 겨울은 첫눈부터
이렇게 폭설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