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소설책을 읽은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나 보다 일곱살이 더 많은 언니가 어디서 빌려와서 읽다가 잠시 외출을
했거나 잠들었을 때 몰래 훔쳐 읽어 보았던 소설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에는 너무도 안 어울리는 내용이었지만 읽을거리가 교과서 외는
없던 그 시절의 내게는 너무나 재미있는 놀이였다.
맨 처음 읽은 책이 김래성의 청춘극장, 이어서 마인, 실낙원의 별을
읽었고 춘원 이광수의 흙도 읽었다. 방인근의 벌레먹은 장미나 정비석의
자유부인도 그 무렵 읽었던 같은데 이 소설들이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가당치도 않는 통속소설이었지만 아무튼 읽었었다.
중학생이 되었다. 친구 귀란이는 나의 살던 고향을 작사한 이원수 동화
작가의 조카였다. 이 친구 집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나이에 맞는 장발장
이나 쌍무지개 뜨는 언덕, 일본 소설 빙점등을 빌려 읽으며 제대로의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학상시절에는 주로 세계적인 문호들이 쓴 명작들을 읽었고 좀 더 나이 들어서는
토지를 비롯, 우리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고 나도 따라서 단편 몇 편도
써서 학보에 실리기도 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추리소설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는 그때
인기 추리작가인 시드니 셀던의 책을 읽었고, 일본어를 공부하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에 빠져 들었다.
우리 집 서가에 꽂혀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일본어판이다.
아들이 일본 출장 중에 사 온 책들이다. 이 책들을 일본어 공부도 할 겸
사전을 펴놓고 읽었다.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 용의자 X의 헌신이다.
일본에서 사 온 책들은 사전을 뒤져가며 책에다 연필로 표시를 해 가면서
공부하듯 읽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다.
평범한 수학교사인 이시가미는 옆집의 야스코를 짝 사랑 한다.
그녀가 전 남편에 시달린 나머지 그녀의 딸과 공조하여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시가미는 그녀의 범행사실을 은폐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을 영화로는 많이들 보셨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일어판이던 한국어 번역본이던 닥치는 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들을 읽었다.
책을 더러 원하는 친구들에게 줘 버리기도 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들이 여러 권 서가에 꽂혀 있다.
내가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마음도 이와 같다.
요즘은 책 사는데 돈 들이기가 싫어서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는다.
글씨가 큰 책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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