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라 설레고 좋았는데 너무 많이 내리고 나니 그 피해도 만만치 않다.
우리 집 앞에 있는 안양 농수산물시장의 청과동이 무너졌다.
미리 대피한 덕에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그로 인한 혼란을 겪은
이웃 이야기, 그날 소피아가 주문한 절인 배추가 도착해서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김장 속에 넣을 갓, 파, 무 등의 야채를 살려고 농수산 시장엘
갔더니 경찰차와 소방차가 와 있고 청과동의 출입은 차단되고 난리가
나서 그때서야 이번 눈으로 청과동 지붕이 무너져 내린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근에 있는 롯데마트로 달려갔더니 이미 김장 속 재료는 다
팔려 버리고 없어서 다시 또 이마트로 갔더니 그곳도 마찬가지라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서울로 출퇴근하는 아들이 오늘 일찍 퇴근
한다고 전화가 와서 오는 길에 서울의 마트에서 이런 이런 걸 사 오라고
품목을 적어 카톡을 보냈다고 한다.
한참 있으니 아들로부터 전화가 와서 "엄마 다발 무가 뭐예요?"
이러이러하게 생겼다고 일러 주었더니 또 전화가 와서 "엄마 홍갓이
뭐예요?" 이런 식으로 계속 전화를 주고받으며 대충 물건을 사기는
했다고 한다. 장가 안 간 아들이 채소이름을 알리가 없기는 하지. ㅋㅋ
우여곡절 끝에 전쟁 치르듯이 밤늦게 사 김장을 끝내고 맛보라고
가져온 겉절이다. 생굴을 많이 넣어 맛있다.
이 김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일이 무슨 코미디 같다.
그리고 우리 손자 얘기다.
미국에 있는 손자가 태국에 있는 부모 (나의 둘째 딸) 에게 갈려고 비행기를
탔는데 한국공항에서 비행기가 눈 때문에 뜨지를 못한다고 전화가 밤늦게
걸려 왔다. 미국에서 태국 가는 건 우리 인천공항에서 환승을 하게 되어 있는데
비행기가 결항이 되니 우리 집엘 오겠다고 전화가 왔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범계역에 내려서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은
걸어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닌데 그 시간 눈이 쏟아지는데 다니는 택시도 없고
오는 게 더 고생일 것 같으니 공항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하룻밤을 공항의자에서 자고 이튿날 밤 12 싱가포르행을 탄다고 전화가 다시 왔다.
태국행은 12월 1일밖에 안돼서 일단 싱가포르로 가서 태국으로 가겠다고 한다.
어제 밤늦게 태국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또 짐이 없어졌다고 한다.
항공사에서 찾아 주겠다고 했다는데 찾아질는지도 모르겠고 우선 입을 옷이
없어 자기 아버지 옷으로 갈아입고 녹초가 되어 뻗어 버렸단다.
눈이 내릴 때는 정말 예뻤는데, 특히 올 해의 첫눈은 단풍나무 위로 내려서
단풍의 색과 눈의 흰색이 어우러져 예술작품같이 사진이 나왔다고 좋아라
했는데 피해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만큼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