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길거리에 단풍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날씨는 춥다.
며칠 전부터 밤에는 난방을 켜고 잔다.
워낙 추위를 안 타는 몸이기는 하지만 방 공기가 차면 기침이 나기
시작해서 어쩔 수 없이 난방을 켜고 또 공기를 자주 바꾸면서 지낸다.
오랜만에 동네길 걷기를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단풍이 이렇게 곱게 남아 있는 곳이 더러 있다.
눈 온후 방광염에 걸리고 그래서 그동안 걷기 운동을 멈췄더니 다리가 무겁다.
그래도 열심히 4,500보를 걸었다.
재활병원 의사는 늘 말하기를 "운동을 하다가 멈춰버리면 몸이 굳어져 버려요" 한다.
우리가 구두나 가방을 오래 안 쓰고 두면 가죽이 저절로 벗겨져서 못 쓰게 되어
버리듯 사람의 몸 또한 그렇다.
요즘 내게 생긴 고민 하나.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그래서 각 아파트 단지마다 치열하게 선도지구 지정을 받으려고 주민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면서 경쟁을 했는데 우리 아파트가 이 선도지구 지정에 당첨이 되었다.
선도지구에 지정되면 재건축시 정부의 도움이 많아 비용절감과 함께 생활편의
시설도 잘 갖춰지고 집값도 오르고 어쩌고 난리들인데 나는 걱정만 앞선다.
이론적으로는 30년이 넘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운 모델로 지으면 너무 좋다는 걸
나도 아는데 재건축이 다 끝날 때까지 살아 있는다는 가정하에서 생각을 해보면
두 번의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이 귀찮고 싫다.
그리고 빚 없이 살고 있는데 분담금이 얼마가 되려는 지는 모르지만 분담금을 물게
되면 그건 또 빚을 져야 된다. 그리고 이주비가 나온다고 해도 은행이자는 물어야
되니까 빚 없이 공무원 연금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는 내게는 버겁기만 하다.
30년이 넘었다고 해도 우리 아파트는 정말 멀쩡하다.
구형이라는 것 빼면 아무 불편이 없다. 물 새는 곳도 없고 어디 허물어지려는 기색도
없이 튼튼하다.
그런데도 꼭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아파트 바로 앞 사거리에 지하철역이 생기고 또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집값이
오르리라는 기대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생각이 방해가 될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싫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7년에 이주를 시작한다는데, 나는 겁나고 싫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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