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에만 눈길을 주다가 갑자기 아직도 우리 아파트에 꽃이 남아있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재활병원 다녀오는 날은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궁금증을 못 이겨 찾아 나서 봤다.
이제 추워지기 시작하면 꽃은 그림자도 없어질 텐데 하면서.
아, 있다. 돌담 사이에 핀 이 꽃, 좀 시들긴 했지만 사진으로 보니 곱네.
메리골드의 노란꽃도 있고
꽃이름이야 모른들 어떠리, 풀 숲에 어지럽게 피어 있는 이 꽃도 예뻐
낙엽과 함께 국화도 피어 있고
우리 아파트 담과 붙어 있는 교회의 카페,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인다.
올 해 처음 보는 크리스마스트리다.
남천열매도 꽃만큼 예쁘다.
부산 기장에 살고 계시는 나미님은 날마다 새로운 꽃을 올리던데
아파트에 갇혀 살고 있는 내게는 산으로 들로 꽃을 찾아 나설 처지도
못되니 겨우 이 정도의 꽃으로도 만족이다. 요즘은 지역마다 꽃 축제로
난리던데 한 번도 못 가보고 이 가을을 다 보내고 있다.
재활병원 다니는 것도 힘드는데 요즘은 치과까지 다니고 있다. 이 나이에도
충치가 생겨서 세 개나 치료하고 크라운을 해야 하는데 치과치료는 과정도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젊을 때 아끼고 모아 둔 얼마 안 되는 돈 병원에 다 갖다 바치네 하면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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