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꽃나무에 꽃 피운 딸의 기적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치매 엄마를
12년간 간병하면서 겪은 딸의 마음을 진솔하게 풀어낸 에세이 같은 책이다.
그 어려운 일을 감당하면서도 글도 쓰고 때때로 자기 위안을 위한 짧은 여행도
하면서 엄마를 사랑으로 지켜낼 수 있었는지 책장을 덮으며 나는 저자인
김윤숙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 보았다.
85세의 적지 않은 내 나이, 과연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 이런 사랑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또 치매만큼은 걸리지 말고 세상을 떠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두 손을 모으기도 해 본다.
2024, 4, 25 초판, 문암사에서 펴냈으며 가격은 16,500 원이다.
"특별히 다른 문제가 없더라도 늙고 아프신 노모와 사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이다"라고 작가 스스로가 말하듯 아프지 않은 노모를
모시는 것도 힘든데 치매를 앓는 노모를 모시는 것이 보통 일인가 말이다.
"A가 내게 문구 하나를 보여준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감사함 뿐이니까요"로 자신을 위로하는 작가의 마음가짐이 1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고 13년째를 맞이하도록 요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집에서 모시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엄마는 엄밀히 따지면 허리디스크로 평생 고생하시다 칠십 후반부터 몇 차례의
대수술을 받으시고 마지막 수술 이후 관리소홀 탓에 결핵균이 뇌까지 손상시켜
뇌수막염으로 인한 치매진단을 받으신 경우다. (127p)
아름답게 보내야 하는 것은 남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용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때가 되면 보내야 하고 가는 것이 마땅하다. 움켜쥔다고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내 노모를 보면서 12년을 보낸 것 같아 불효에 마음이 찢긴다. (147p)
엄마의 걸음은 휠체어를 잡고 아장아장 걷는다.
노인이 되면 아기가 되는 것이다.
그것도 몇 걸음이라서 멈춘 후 해가 가장 잘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아 그곳에서
해와 조우하게 해 드린다.
작년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새싹이 돋는 것이 순리다.
아직 이렇게 아름다운 날들을 맞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어머니!
저는 괜찮으니 우리 계속 사계절과 만나요. (254p)
김윤숙 작가님, 당신은 천사입니다로 이 리뷰를 끝내면서 다시 한번 어머님과
작가님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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