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 살고 있는 둘째 딸이 왔다.
결혼 30년 만에 혼자서 친정을 오기는 처음이다. 늘 사위와 손자 셋의
다섯 식구가 같이 왔었는데 이제는 딸네 가정도 뿔뿔이 흩어져서
살다 보니 혼자서 왔다.
사위는 지금 인도출장 중이고 손자 셋은 다 미국에 있으니까 틈을
이용하여 다니러 온 것이다.
태국 근무도 어느새 4년이나 되었으니 내년에는 또 어느 나라로 발령 날지는
모르지만 멀리 가게 되면 오기 어려울까 봐 집을 비워 놓고 왔다고 한다.
미국에서 크로아티아, 중국, 싱가포르, 태국으로 전전하는 동안 손자들은
다 자라서 둘은 미국에서 직장 다니고 막내만 뉴욕대 1학년이다.
딸은 언제나 한국음식에 목 메어 있다. 통화할 때마다 뭘 먹었느냐
뭐가 먹고 싶다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도착하자마자 점심때가 되어서 뭘 먹고 싶니? 하니까 해물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태국에 한국음식점이 많아도 칼국수 집은 없다고 하면서.
아들도 집에 있어서 검색을 해서 가까운 해물 칼국수 집으로 갔다.
동죽, 홍합, 가리비등 조개가 많이 들었다. 내 입에는 국물이 약간 짰지만
아들과 딸은 간이 맞다고 한다.
아삭이 고추 튀김이다.
만두, 세 사람인데 네 개를 주어서 딸이 두 개를 먹었다.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도 37,000원이니 요즘 물가로는 싼 집이다.
밥만 먹고 그냥 들어 올 수가 없어서 부근에 있는 청계사로 갔다.
의왕시 청계산 자락에 있는 청계사는 규모는 작지만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절로 유서가 깊은 절이다.
집에서 가까워 자주 오는 곳이지만 딸에게 한국의 절 구경을 하라고
데리고 왔다.
계단이 너무 가파르고 많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다녔는데 지금의 나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
대웅전 앞 까지의 계단만 오르고 나는 주저앉아 버리고 딸과 아들은 경내를
두루 구경을 했다.
국화가 노랗게 경내 여기 저기에 전시되어 있다.
날씨가 좋아 꽃색이 더 예쁘다.
연꽃도 피어 있다.
부처님 오신날의 연등이 아직도 걸려 있다.
앞치마를 두른 신도 한 분이 오셔서 점심공양을 하라고 권했다.
비빔밥을 했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점심을 칼국수로 먹고 가서 고맙다고 하면서 사양을 했다.
점심 먹지 않고 왔으면 한 끼 버는 건데...ㅋㅋ
딸은 21일에 돌아간다.
친구들과 같이 강원도 쪽으로 3박 4일의 여행 일정이 있고 나머지는 집에
있을 거다. 내일은 또 뭐가 먹고 싶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