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그렇게도 덥더니 결국은 세월 앞에는 더위도 못 견디나 보다.
아침 8시쯤 걸으러 나갔는데 추위가 느껴져서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마스크가 나오길래 얼른 꺼내 썼더니 한결 따뜻했다.
오늘은 개천절이라 요양사가 쉰다. 아들은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등산을 가 버리고 혼자서라도 조심조심 걸어보러 밖으로 나갔는데
마침 경자 씨가 나와 있길래 둘이서 같이 걸었다.
5,212 보를 걸으며 열 번쯤 쉬었다. 쉬다가 걷다가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이게 운동일까 하고 웃었다.
아파트 마당의 나뭇잎들이 약간씩 색이 변하고 있다.
단풍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여름의 초록은 아니다.
이 나무가 성질이 제일 급한 듯 빨간색이 보인다.
감도 익어 간다. 감 익어 가는 모습이 제일 가을답다고 느낀다.
우리 아파트에는 대추나무와 감나무가 꽤 많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서로
따 먹었는데 어느 핸가 뉴스에 아파트와 도로변의 과일은 농약을 많이 쳐서
먹으면 안 된다고 한 후로 아무도 거들 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까치들만 신났다.
산책로 나뭇가지에 걸린 김춘수의 시 꽃, 참 많이도 외웠고 많이도 읊었지.
아파트 단지 안 산책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수한 내 발길이 지나친 곳.
아침 산책길의 사람들 옷차림이 어제와는 다르다.
오리털 파커를 입은 사람도 봤다.
가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다.
이제는 몸이 불편해서 가을이 와도 아무런 여행 계획도 없지만 그래도
가을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