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후배가 남편이 치매인데 본인도 치매 전 단계 판정을 받았다는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어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저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나 보다 5년 후배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이 된 후배는 퇴직 후
캐나다 토론토로 시민권 가진 한국 남자에게 재혼을 해서 이민을
갔었다. 퇴직금은 일시불로 받아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줘 버리고.
한국에 올 때마다 꼭 나에게 못 만나면 전화라도 했는데 귀국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연락이 없어 이리저리 알아봤더니 이런 처지라고
한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네서 둘이 병든 몸으로 지금
얹혀살고 있다고, 왜 남편이 시민권자이면 연금도 받을 텐데 캐나다에
살지 귀국했느냐고 했더니 치매남편을 요양원은 보내기 싫고 자기 혼자서
감당이 안되어 함께 온 모양이라고 했다.
그 딸은 무슨 죄일까 싶다. 치매 걸린 의붓아버지를 모시다니, 이 소식을
들은 후 내내 우울하다.
블로그 이웃이 선물해 준 손수 만든 꽃바구니다.
너무 예쁘다. 이웃님, 고맙습니다.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뭐든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치매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해서 무진 노력하는 중이지만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 그래도 노력하면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우리 동네 벚꽃도 엔딩이 시작되었다. 화무는 십일홍이라 했는데 벚꽃은
그 십일홍도 못 되고 떨어져 내린다.
오늘과 내일은 요양사가 쉰다.
오늘은 정기 휴일이고 내일은 선거날이니까 쉰다.
아들은 공항으로 손님 픽업 나가고 집에 혼자 있다.
혼자 나갈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가 오늘은 별로 달갑지가 않아서
묵은지 꺼내서 김치찌개 한 냄비 끓여 놓고 컴 앞에 앉았다.
후배의 소식이 나를 아프게 하고 의기소침하게 한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산 벚꽃이 핀 옆 건물, 십자가 보이는 건물이
우리 성당이다.
아파트 마당에는 진달래도 피고 철쭉도 피고 있는데 오늘은 나가기 싫다.
후배나 동기나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은데 이런 소식을
듣고 나면 모든 일에 마음이 안 내킨다.
이런 날은 술 한 잔이 땡긴다.
그러나 활명수에도 취하는 나, 그냥 또 넷플릭스나 뒤져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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