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버렸다.
반팔 티셔츠에서 가을옷은 거치지도 않고 패딩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봄, 가을은 없어져 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면서
혼자서 투덜투덜....
오늘은 요양사도 쉬는 날이고 아들은 일 하러 나갔고 간섭도 재촉도 하는 사람이
없으니 12시가 넘은 지금까지도 바깥을 나가지 않고 뭉그적거리고 있다.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나뭇잎들, 황량해진 산책로에는 사람들도 없을 거다.
그래도 점심 먹고는 기를 쓰고 나가봐야지....
퇴원 후 재활병원에서 운동과 치료를 한 지도 1년이 넘었다.
퇴원할 때는 워커 잡고 걸었는데 지팡이를 거쳐서 지금은 그냥 걸을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 이만큼 회복까지 의료진의 지도 아래 열심히 운동 한 덕분인걸 잘 알면서, 그리고
게을러지면 앉은뱅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면서도 왜 이렇게 오늘은 게으름을
부리는지 정말 내 마음 나도 몰라이다.
혼자 나가기 두려워서는 아니다.
일부러 요양사나 아들을 따 돌리고 혼자서 걷기도 잘하면서 온전하게 주어 진 오늘의 자유는
왜 이렇게 망설이고만 있는지....
동네 사람들이 하는 말, 아프기 전 보다 허리도 더 꼿꼿 해지고 자세도 좋아졌어요 한다.
재활병원은 1주일에 세 번, 월, 수, 금에 간다.
그것도 입원했던 환자에게만 1주일에 세 번씩 외래치료가 이루어지고 내가 매일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는 없다. 우리 안양시에 재활전문 병원이 세 곳 있는데 사정은 비슷비슷하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서서 돌아오면 12시다.
오 가는 시간과 대기 시간을 빼고 두 시간을 치료와 운동을 한다.
치료사의 지도 아래 요즘은 주로 균형 잡기를 배운다. 우산 쓰고 걷기, 큰 공을 가슴에 안고 계단 오르내리기,
요철 걸어가기, 발목에 1,5킬로 모래 주머니 달고 걷기, 그리고는 마사지와 전기치료,
혼자서 하는 건 자전거 타기 30분뿐이다. 때때로 눈치봐서 런닝머신이 비면 혼자서 한 10분 3,6 에 놓고
타 보기도 하고. 아직은 런닝머신은 내가 하는 종목에는 없다.
이런 치료와 운동이 쌓여서 자세가 바르게 되는 것 같다.
게으름은 그만, 빨리 밥 먹고 나가 보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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