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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떠나고 싶다

by 데레사^^ 2021. 9. 27.

         추분이 지나면서 하늘은 더욱 높아지고 날씨는 더욱 선선해졌다.

         길 떠나기 딱 좋다.

         

         이 강산 가을 길에  물 마시고 가보시라

         수정에 서린 이슬 마시는 산뜻한 상쾌이리라

         

         이 강산 도라지빛 가을 하늘 아래

         전원은  풍양과  결실로 익고

         빨래는 기어히 백설처럼 바래지고

         고추는 태양을  날마다  닮아간다.

 

         한하운 시인의  국토편력의  일부,  나는  가을길을  거닐때 마다  이 시를 떠 올린다.

        

         요즘 하늘이 참 곱다.

         높고 맑고  상쾌하다.   들리는 말로는 내년  북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서  중국에서

         공해시설들을  덜  가동해서 그렇다는데  어떤 이유든  우리 가을하늘이  맑아서

         쳐다 볼때 마다 기분이 좋다.

         

      

             나뭇잎들은  하나 둘씩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길 떠나기 딱  좋은 계절인데,  약속이  모두 취소가  된다.

 

             추석전  발표,  백신완료자 포함 6인까지는 모임을 해도 좋다해서  그럼 추석지나고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한 약속들이 다 깨어져 버린다.

             확진자가  3,000이 넘어가고  되도록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정은경 질병청장의                    

             호소가  나오자  "우리 만나지 말자" 로  연락이 온다.

 

                          서울에 사는 부산고교 동창들의 여섯명 모임 예약

                          동네 같이 걷기 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예약

                          그리고 옛 직장 동료들과  모임예약이   다  소용이  없어졌다.

 

            

               나이가 많아서 자식들 잔소리를  듣고 사는 우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우리가 만약에 코로나에 걸리면  병으로 죽기전에 자식들  지청구에 죽을거다고.

               그러면서 너도 나도 자식들  감시가 심하다고  앓는 소리들을 한다.

 

               우리 아들도  아들인지  시아버지인지 분간이 안될때가  많다.

               이제  엄마가 어린아이가 되고  자식들이 부모가 되는 역할전도의  세월을  살고있는

               우리들,  그래도 자식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늙을수록  자식들 말을  잘 들어야 한다로

               결론지으며  약속은  취소, 취소,  취소다.

 

               아,  떠나고 싶다.  물 한잔 마시고  이 강산 가을길을 떠나고 싶다.

               그리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

               우리는  남아있는 세월도 얼마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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