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걷는길에 초등학교가 있다.
방학때나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 이따금씩 학교 운동장에서 걷기도
했는데 코로나 이후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그런데 우연히 학교문이 열려서 들여다 보니 운동장 군데 군데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게 아닌가.
아이들이 등교를 전혀 안 하는건 아닌데 운동장에서 뛰어 놀지를 않으니까
그새 풀밭으로 변해가고 있는것이다.
세상에 학교가 이렇게 황폐화되다니, 코로나가 참 나쁜녀석이다.
길에서 학교안을 들여다 본 모습이다.
코로나 이전 같으면 아이들이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시끌벌쩍할 운동장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화가 치민다. 내가 화를 내고 욕을 해봤자 코로나가 알아들은척도 안 하겠지만
이 풍경을 보고 가만히 있기에는 성질이 허락칠 않는다.
세상 모든 풍경중에 제일 가는 풍경은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김호중은 노래했는데 아, 언제나 학교 운동장의 풍경이 제자리로 돌아올까?
세상 참 더럽게 돌아간다고 투덜투덜 걷다가 만난 상사화, 예년같으면
다 졌을텐데 때늦게 피었다.
맥문동도 드문드문 피어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 말이 많다.
비교적 아파트 큰 평수들이 몰려있는 우리 동네는 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다 준다고 했으니까 하고 안도하는 빛을 보이다가는
나랏돈 다 거들낸다고 또 핏대도 올리고.
코로나불루에 걸려 버렸는지 사람들의 화제도 일관성이 없고 이랬다 저랬다 하고
나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수다도 재미가 없다.
모든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그런 세월이 과연 오기는 할까?
저 학교 마당에 풀이 없어지고 아이들이 뛰어 놀고, 동네 할매들이 모여서
괜한 나라걱정 안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세월이 어서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