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나 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 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오늘부터 절기상으로 가을에 들어간다.
지독하게도 더웠던 지난 여름, 이렇게 계절은 어김없이 제 자리로
돌아가고 돌아오는데 코로나는 올 줄만 알았지 갈 줄은 모르나 보다.
늦장마인지 가을장마인지 비오는날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옛 어른들이 3년 가뭄에도 사흘장마는 싫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집안도 눅눅하고 무엇보다 쌓인 빨래에서 냄새가 날 지경이다.
맥문동꽃도 비를 맞고 있다.
집에서 딩굴기만 하다가 오후 늦게 우산을 쓰고라도 좀 걸어야지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처럼 우산 쓰고도 걷는 사람들이 몇 사람 있다.
이 비 그치면 이제 에어컨 틀 일도 없을거야.
땀이 덜 흐르면 어디든 꽃구경도 하고 나무구경도 하고 바다구경도 하러
가야지 하고 희망을 가져 본다.
대중교통 이용 안하고 자기 차로 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이른 점심을 어디든
조용한 식당을 찾아 가 먹고 또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집으로 오는 나의 소풍
스타일, 요즘같은 세월에는 딱이다.
비에 젖고 있는 백일홍이 참 예쁘다. 좀 더 많이 심어졌으면 더 좋을텐데....
세월 가는게 싫은데도 여름만큼은 얼른 지나가기를 바랐다.
가만히 있어도 계절은 어김이 없는데도 유난히 더위를 타다 보니까
입버릇처럼 여름아 어서 가버려라 했는데 어느새 9월이다.
보고싶은 사람, 가고 싶은 곳도 많다.
지난번 처럼 네 사람의 번개모임도 몇번 가져 봐야지, 그리고
당일치기로 바다부터 다녀오자.
아, 가을이 온다는건 참 좋다.
9월의 첫 시간, 가슴 떨린다고 해도 할매의 주책이라고는 안 하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