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눈에 녹내장이 생긴지 십년쯤 되었다.
처음에 눈에 날파리같은 검은 점이 날아다니기에 안과를 찾아갔드니
의사쌤이 "비문증은 저절로 낫기도 하고 본인이 익숙해 지기도 하면 괜찮다" 고
그건 대수로운게 아니고 다른 증상이 보이니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기본 시력검사에서 부터 시야검사, 눈 초음파, 안압검사 외에도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나서 결과, 왼쪽눈에 녹내장이 시작된다고 했다.
처방약은 아침 저녁으로 왼쪽 눈에 넣는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이다.
보통 녹내장이 생기면 안압이 올라가는데 나는 안압은 정상이지만 그래도
더 낮추어야 된다고 약을 넣어라고 했다.
그리고는 두 달에 한번씩 약을 타러 오고 1년에 한번씩 오늘같은 눈 전체
검사를 하면서 관리하면 괜찮을거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안과를 다닌게 어느새 십년가까이 되었다.
꼬박꼬박 두달에 한번씩 가서 약 타고 해가 바뀌면 검사를 하고
검사했을때 마다 별 변화가 없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녹내장은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지만 초기에 발견하고 의사 지시대로
관리만 잘 하면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올 해는 정기검진이 좀 늦었다.
환자가 워낙 많은 병원이라 이 여름에도 KF94 마스크를 쓰고 갔다.
한 시간쯤 지루하게 기다려서 내 차례가 되어 검사를 다하고
의사쌤을 만났다.
검사내용을 오랫동안 유심히 살펴보드니 의사쌤이 하하 하면서 웃는다.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니 하는 말, "세상에 눈이 많이 좋아져 버렸네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좋아진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아졌어요" 한다.
아니 그럴수도 있어요? 하는 내 질문에 의사쌤, "좀체 없는 일인데 암튼 좋습니다"
"무슨 기분 좋은일이라도 있으신지?" 하고 묻는다.
복권에 당첨된적도 없고 연애를 한적도 없고, 하는 일이라고는 집콕한것 밖에 없는데....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안과 주변에 핀 목수국도 보고 능소화도
보면서 계속 웃었다.
그러다가 생각난것, 아, 내가 코로나이후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는것, 혹시
그래서 눈이 좋아졌을까? 에 생각이 미쳤다.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읽었는데 코로나이후는 책이 읽기가 싫어져서 유튜브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만 눈 감고 열심히 들었거든.
그리고 문화센터가 문 닫는 바람에 중국어 공부도 안했고.
중국어 선생님은 숙제를 많이 내 주고, 그 숙제를 해서는 휴대폰으로 자기에게 답을
보내라고 해서 저녁마다 휴대폰으로 중국어 문장을 작성해서 중국어로 입력하느라
몇 시간을 애를 먹었는데 그걸 안했다.
그러니까 책 안 읽고 중국어 숙제 안 하고 한것이 혹시 눈 건강에 도움이 된건 아닐까?
아무튼 기분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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