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남편의 바람과 무능으로 아이 셋을 키우면서 고생을 참 많이 했다.
경자가 가졌던 직업을 일일히 다 기억 못하지만 생각 나는 몇가지중
공사장 지게차 운전, 들고다니며 물건팔기, 빵집경영들이 생각난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목욕탕에서 부항부치는 일을 한 십여년 한 후에
일흔살이 되면서 그만두고 지금은 놀고 지낸다.
누구 보다도 고생을 많이 하면서 살아 온 경자
결혼 하자말자 큰 회사에서 경리를 하던 남편이 회사돈을
훔쳐서 술집여자와 도망을 가다 기차에서 잡혀 온 것을 시작으로
평생 바람과 함께 산 남편을 그래도 버리지 않고 먹여 살리면서
살아 온 경자, 그 경자가 팔순을 맞았다.
평생 친구들에게 폐만 끼치고 살았으니 밥 한번 사겠다고
제법 비싼 일식집으로 몇몇을 초대했다.
우리는 축하보다 그간 고생많았다며 다독이는 일 부터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남편의 근황을 물었다.
몇년전 부터 시골 어느 절에서 회계를 봐주면서 운전도 하고
아궁이에 불도 지피고…. 잡 일을 하고 사는데 한 달에
50만원씩 가져다 주던것도 잠깐, 또 어느 신도 할머니와
눈이 맞아서 집에도 안 온다고 한다.
정말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과 함께 사람 평생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우리는 묵묵…..
이 상차림이 경자가 사 준 30,000원 짜리 일식이다.
다른 사람의 300,000짜리 보다 더 귀한 음식이다.
모두 경자에게 더는 묻지 않는다.
대신 팔순이니 자식들에게 수금 얼마나 했느냐고 농담섞인
질문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그런 남편하고도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딸 둘은 서울에서도 이름난 대학의 미술학과를 나와서 지금
학원을 하고 있고 아들도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살아가는데는
불편없는 돈을 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편이 아파서 누워 있는것 보다는 딴여자와 살아도
건강해서 좋다고 한다. 그 여자와 살고 부터는 일년에 딱 세번,
설과 추석, 그리고 자기부모 제삿날은 집에 들리는데 말 한마디 없이
밥만 차려 준다고…..
특별히 경자가 천사라기 보다 우리들 나이의 사람들은 이렇게 산 사람이
많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편의 구두까지 닦아 주었던 우리들, 그 모진
세월의 보답으로 노년의 밥 걱정은 없이 사니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겠지.
경자야!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 그리고 그 남편도 병들어서 찾아오지 말아 주기를
우리는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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