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삶, 모습

정을 담은 사과말랭이 한봉지

by 데레사^^ 2017. 12. 18.


일년만의  만남이다.

작년  년말에   모여서  밥 같이  먹고는   서로   바쁘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살기도 하다 보니   함께  모인다는게  쉽지가  않았다.

나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구로경찰서에서  나를  도와   일했던  여섯명의

서무팀들과의   인연이  2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까지  이어져,  집안

대소사가  있을때나   아니면   보고 싶을때  연락해서  만나곤  하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첫 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이 된것이다.

 

세명은  이미 퇴직을  했다.  그리고  세 명은   각자   다른곳에서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막내가  마흔일곱이다.

그때의  이 계장은   고향인  평택으로 내려가  심심풀이로  농사를  짓고

있고   윤 반장  역시  고향인  문경으로  내려 가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두사람 덕에  김장배추며  된장이며   푸성귀나  잡곡들을  심심찮게

얻어 먹고  있는데   어제는   문경으로  내려간  윤반장이   그곳의

유명한  팔영사과로   사과말랭이를  만들어  와서  한봉지씩  나누어 주었다.

 



세상에   여섯사람에게   다 나누어 줄려고   사과를  몇개를  깎았을까?

모든  말랭이가   깎아서  썰때  힘들지만  말려보면  정말   허무할 정도로

얼마 안되는데  저걸  나눠 줄려고  고생을  꽤  했을것  같다.

 



우리는   구로동의   마포갈비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그 시절의  구로에

대해서  얘기들을  했다.   소박했고  인정 넘치는  주민들이  살던 곳,

내가  밤늦게  순시를  돌면   김치도  담궈다  주고   도시락도  싸다 주던

그  주민들이  살던  동네가  이제는   중국동네로  변해  버렸다.

 

대림역에서  부터   구로시장이  있는   곳을  지나   가리봉동  까지   완전히

조선족촌이  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막내는  근무가  쉽지가  않다고 한다.

여섯중  막내만  아직도  구로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간판들이  대부분  중국어로  바뀌어  있어서  중국의  어느  거리를   걷고

있는것  같기도  해서  많이  낯설다.

 



 

세월은  나를  팔십을  바라보는   상 할머니로  만들어 버렸지만    이곳에  오니

역동적으로 일했던  그때  그시절로  되돌아 온듯 하다.

구로경찰서에서  2년정도  근무했지만  맡은 일이  생활안전이라   골목마다

안 돌아 다녔던 곳이  없었던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낯설기만 하다.

중국어 간판에   중국풍의  상품들…..

 

경찰은  인사이동이  잦은  직장이다.  승진할 때  마다  근무지가  바뀌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근무를  했었지만   특히   이곳이  더  정이 가고

그리운것은   이곳에서  퇴직을  했기  때문이다.   퇴임사를  하면서  울어

버렸던  일도  기억에  생생하고    신분증과  정복을  반납하면서

힘들었던   일에서  해방된다고   좋아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윤반장이  가져 온  저 사과말랭이를  다  먹는 동안   나는  또   지난날의

회상에  빠지겠지….

“고마워요.   잘 먹을께요.”


'나의 삶,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중국어 배우기  (0) 2018.01.06
먹고 웃고 살아가기  (0) 2017.12.29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다시 읽다  (0) 2017.12.15
우리 지수 생일날  (0) 2017.11.24
헬기레펠까지 보여준 경찰의날 기념식  (0) 2017.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