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네명중 지수가 제일 먼저 태어났다.
아무래도 첫정이라 다른 아이들 보다 더 사랑스럽다.
유리창 너머로 갓 태어난 지수를 보려고 발뒤꿈치를 들고
신생아실을 기웃거린게 어제 같은데 어느새 스물한살의 생일을 맞이했다.
집에서 간단하게 지수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지 엄마가 생일상을
차렸다. 나는 현금을 선물로 주고, 삼촌은 지수 좋아하는 수제초컬릿을
주었다.
생일에 미역국이 빠진건 지수가 미역국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역국이 없으니 나는 좀 섭섭했지만 아무말도 안했다.
초 간단한 상차림이다. 돼지갈비를 오븐에다 굽고, 나물 몇가지
케익, 포도주, 감자튀김이 전부다.
그래도 지수는 밖에서 먹는것 보다 좋다고 생글거린다.
지수야 !
잘 자라 주서 고맙다.
대학 3학년 지금까지 크게 아픈일도 없었고 속 썩이는 일도 없었고
공부도 잘했고…. 모두가 고마운 일이다.
이제 내년에는 휴학을 한다고 한다. 여자이고 문과이기 때문에 취업이
많이 어려울것 같아서 회계사시험에 도전해 볼려고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그 공부에 매달릴거라고 한다.
지금 전공이 경영학이니 그 쪽 공부가 적성에 맞는 모양이지만
아마 몇년은 공부에만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할거다.
이게 노총각인 외삼촌이 사준 초컬릿이다. 생각보다 비싸다.
손주가 넷이지만 가까이 있는건 지수 뿐이다.
둘은 미국에서 대학 다니고 있고 하나는 싱가폴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가까이 있고 자주 보는 아이에게 정이 더 가는건 어쩔수 없다.
다른 아이들이라고 왜 보고 싶지 않을까 마는 그 아이들은 한국말을 잘 못하니까
내 짧은 영어로 겨우 의사소통만 하니 긴 얘기는 나눌수도 없고….
지수의 스물한살 생일, 대학교 3학년의 생일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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