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기에는 음식을 먹는것이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인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연말이라고 모여서 밥 먹고, 새해라고 모여서 밥 먹고,
또 무슨 무슨 날이라고 이름 지어서 밥 먹고….. 그러면서 살아간다.
연말이라 12월 초순부터 모여서 밥먹기를 여러번 했다.
학교 동창들과도 밥 먹고, 옛 직장의 동료들과도 모여서 밥 먹고
심지어는 문화센터의 중국어반 반원들과도 밥 먹었다.
추워지면서 사는 동네를 벗어나는 외출을 안했드니 어제는 밥을 사겠다고
먼 곳에서 옛 후배가 찾아왔다.
식성이 비슷한 우리는 일식인지 한식인지 구별이 잘 안되는 집으로 갔다.
그래도 이름은 일식집인데 맨먼저 절인 배추에 생굴이 나왔다.
아, 맛있다 하면서 배추에 굴을 넣고 쌈을 싸서 먹으며 이것도 일식인가?
하면서 깔깔깔……
낙지볶음도 순 한국식으로 볶았는데 일식이라고?
어쨌던 우리 입에는 딱 맞아서 좋네 하면서 또 웃고…
일식이 맞긴 하네, 초밥이 나오는걸 보니.
그런데 둘이서 금방 다 먹어 버렸다.
튀김이다. 살찌거나 말거나 칼로리 같은건 먹을 때는 계산하지 말자
하면서 또 깔깔깔…..
전복까지 나오네 했드니, 전복은 껍질만 이용해서 그 속에다 옥수수를
치즈에 버무려서 채워 넣은것이었다.
15,000원짜리 점심특선인데 웬 전복이겠어? 하면서 또 웃고….
매운탕은 안 짜서 좋았다.
알밥이다. 옛 날 같으면 두 숟갈이나 될까 말까 한 양이지만 요새는
한 그릇이네 하면서 또 웃고…
밥을 먹으러 왔는지 웃으러 왔는지….
퇴직하고 20년이 다 되어 가는 상 할매와 내년에 퇴직을 앞 둔 중늙은 할매의
밥 먹기는 웃음보가 터지는 날 이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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