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삶, 모습

선물받은 굴비를 다시 말리며

by 데레사^^ 2017. 1. 25.



경상도 사람들은  제사때  생선을  말려서  쓴다.

며칠전에  사서  소금간을  약간 해서  바람불고  햇볕 좋은 곳에서

꾸득꾸득  말려서  채반에 쪄서  제사상을  차리는게  일반적이다.

생선을  말리면  살도  쫄깃쫄깃해 질뿐더러  무엇보다  쪄서

먹으면  식용유를  쓰지 않아도  되니  건강에도  좋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조리할 수도  있어   두루  좋다.

 



나이탓인지  생일이나  명절때  먹을거리가  선물로  많이

들어 온다.

옛날에는  머플러나  장갑,  티셔츠 같은  선물들을    보내오던

후배나   조카들이  이제는   모두들  먹을거리를   보내온다.

 

며칠전에  택배로  온  굴비 한 두름.

포장도   근사한  백화점  상품인데  열어보니  물이 뚝뚝

떨어진다.

굴비란   말린 조기를  말하는건데  이건  이름만  굴비지

소금물에  목욕 한번  시켜서  그냥   포장만  예쁘게 한 것이다.

그래야  무게도   더  나가고  크기도  더 크게 보이겠지…..

 



그래서  빨래 건조대에다  걸어놓고  말리기로  했다.

지금  이틀  말렸는데  제법  꾸득꾸득 해지는게  맛있는  굴비로

변해 간다.

 

옛날  부산에 살때,  자갈치 시장  건어물 가게에  가면   커다란

굴비가   짚에  엮여서  빨간  알이  툭툭  튀어나오는   모습으로

가게에  걸려 있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쳐다보는것  만으로도

침이  줄줄  흐를  정도로   먹음직 했었고  값도  크게  비싸지

않아서  우리집에서도   자주  사다 먹곤  했었는데   지금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그때  그런  굴비는  구경할 수가  없다.

 

지금  슈퍼마켓에 가면  굴비라고  파는것이  대부분   말리지않고

그대로  얼려 버린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걸  사다가

이렇게  말려가면서  먹는다.

 



굴비가    비쌀때는  이렇게  부새도  사다가  말려  먹고,    겨울에는  생선

말리는 재미도 좋다.  대구가  쌀 때는 대구도  말리고  가오리도 말렸는데

지금은  값도  녹녹치 않고  먹을 사람도  없어서   이따금씩   이렇게  싼

부새같은것이나   말린다.

 

설이  닥아 온다.

어머니가   만들던  음식들이  그립다.

콩나물도  집에서  길렀는데  콩나물에  물주는건  꼭  어린  나를  시켜서

나는  그게  참  싫어서  입이  댓발이나  나오곤  했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다  그립기만  하다.

술도 담그고   콩나물도  기르고  강정도  만들고   떡도  만들고……..

다    홈 메이드 였던  그 시절의  음식들이   정말  그립다.



'나의 삶,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의천을 걸으며 중얼중얼  (0) 2017.02.14
섣달 그믐날에  (0) 2017.01.27
눈에 갇히고, 얼음에 갇히고  (0) 2017.01.23
눈내리는날의 새벽산책  (0) 2017.01.20
후배가 보내온 사과 한상자  (0) 201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