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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모습

수제비를 먹으며

by 데레사^^ 2017. 1. 7.



나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수제비나  칼국수,  스파케티….. 모든  종류의  밀가루 음식이 좋다.

 

내가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수  있는건  잔치국수와 수제비

정도라   반찬이  마땅치 않을때  자주  수제비를  끓인다.

다행이  아들도  수제비를  좋아한다.

 



어제  저녁에 끓인 수제비다.

호박과  파,  감자를  넣고  끓였다.   그리고는  야채셀러드와 김치.

수제비에도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이렇게  골고루  먹는다.

후식으로는  과일과  요구르트 까지  챙기면서  나는   어릴적  배고플때

먹던  보리등겨로  만든  그 수제비를  가끔씩  생각한다.

 

지금이사  보릿고개니  춘궁기니  이런  단어조차  없어졌지만

우리 어릴때는   보리를  추수할때 까지  보릿고개의  봄을 견디기가

정말  힘들었다.

 



어린  나는  보리등겨로  만든 수제비가  싫었다.

엄마몰래  먹은척  할려고  마루밑에다가  수제비를  건져서 버렸는데

어느날  엄마가  마루밑을  쓸다가   내가 버린  수제비를  발견하고는

펑펑  우시던  생각이 난다.

” 먹기 싫으면  나나 주지,  음식을  이렇게 버리다니…..”

그러면서  회초리로   종아리가  벌개지도록  두들겨  팼다.   그리고는

우시고……

 

어린  마음에도  그 때  엄마에게  너무나  죄송스러워서   그 다음부터

절대로  음식타박을  안했지만   솔직히  보리등겨로  만든 수제비는

너무  맛이 없었다.

 



보리등겨가  뭐냐고?

보리쌀을  찧을때  겉껍질  다음에  나오는  속껍질이다.

그게  꺼끌꺼끌하면서  맛이 없었지만   그때는  그것도  귀중한

양식이었다.   어디 보리등겨뿐이던가,    밀기울이라고   밀을 찧을때

나오는  속껍질도  밥에  넣어서  먹었다.

 



엄마는  그것조차  마음놓고  못 드시고  자식에게  주었는데  자식은

그 속도  모르고  마루밑에다  버렸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지금  우리 엄마가  살아 돌아오신다면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맛있는  수제비를  끓여  드릴텐데……

 



 

수제비로  저녁을  마치고   베란다에서  하늘을  본다.

겨울이  겨울같지 않고  봄 같다.   부산에서는  매화도 피었다고 한다.

 

허리 수술한  의사의  진료가  있었다.  그저께.

좀  어떻느냐고  묻길래  ” 일 할때는  아프지만  놀면  안 아파요”

했드니   의사 말이 “제가  일하시라고  수술해 드린것  아니에요,   놀러

잘 다니고 즐겁게 사시라고  수술해 드렸거든요”   했다.

이제는  일상의  일 조차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처지로   변해  버렸지만

수술하기 전보다  잘 걸을 수  있고,   의사 말처럼   놀러다니는데는  별

지장이  없으니   이것도  하늘이 주신 복이겠지  하면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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