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다.
차를 끓여서 보온병에 담고 밖엘 나갔드니 밤새 눈이 내렸는지
나의 산책로에 눈이 쌓여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길이 하얗게 덮혀 있어서 기분이 좋다.
올 겨울 우리동네는 첫 눈이다.
집으로 다시 들어와서 운동화를 벗어놓고 등산화로 바꿔 신었다.
아무래도 등산화가 덜 미끄러우니까.
눈은 쌓여 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 날씨가 아주 춥지는 않다.
같은 시간에 나오는 이웃과 끓여 온 차를 한잔씩 마시고 걷기
시작한다.
우리 아파트옆 이 산책로는 딱 버스 한 정거장 구간이다.
왕복하면 내 걸음으로 1,500 보다.
보통 아침에 왕복 네번으로 6,000 보 정도, 그리고 한 낮에 틈틈이
나와서 거의 만보를 채운다.
이렇게 새벽에 차 한잔하고 한시간 정도 걷고 들어 오는걸 계속하다
보니 스포츠센터로 운동하러 가기가 싫어진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 절약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하기사 넘쳐나는게 시간인데 절약해 봤자 쓸곳도 없지만 그래도
딩굴딩굴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 좋긴하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안 지나간 곳도 더러 있다.
저 깨끗한 곳에 일부러 내 발자국을 내는게 싫어서 사람들이
지나간 곳으로만 걷는다.
누가 뜻도 모를 글씨를 써놨다.
기왕이면 예쁘게 하트나 그려 놓았으면 더 좋을텐데….
204 계약이라니, 무슨 의미일까?
아파트는 아직도 불 안 켜진 집이 더 많다.
이 시간 아들도 쿨쿨이고, 나만 새벽부터 바쁘다.
눈 만 내어놓고는 꽁꽁 싸매고 나온다.
차 한잔 마시고 두번 왕복하고
또 한잔 마시고 두번 왕복하고
오늘은 미끄럽지는 않으니까 네번 왕복, 6,000 보를 걷고
집으로 들어 온다.
낮에도 얼지만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얼면 걷는게 무서워 진다. 만약에라도 넘어져서 수술한
허리 도로 아미타불 만들었다가는 자식들 지청구에 내 명에
못 죽을거다. ㅋㅋ
눈 길을 겁내면서도 눈이 더 내렸으면 하고 창문으로 내다보는
이 마음은 또 무슨 마음일까?
마음만은 아직도 푸른 풀밭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