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말을 잘 듣는 환자중의 한 사람이다.
퇴원하면서 하루에 한시간 이상씩 꼭 걸으라고 해서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몸이 좀 찌부듯해도 꼭 지키고 있다.
새벽에 못 나갈때는 보통 아침먹고 집안 대강 치워놓고
10시쯤 나가서 점심 먹기전에 돌아 온다.
어제, 마을의 가을구경도 할겸 나섰다가 세상에 때아닌
봉변을 당했다.
우리 아파트 문 앞에 있는 카페다. 이따금씩 들려 차 한잔 하고
수다도 떠는곳인데 교회에서 운영하는 관계로 차값이 아주 싸다.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유래다. 전통있는 마을이다.
그리고 교회안의 국화꽃 구경도 하고….
이러면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웬 아기를 업은 중늙은이 한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것이었다.
” 예수를 믿으시나요?” 하고 묻길래 어떤 감이 잡혀오길래
“예” 하고 대답했드니
“그럼 오늘 저녁에 죽어도 좋겠지요?” 한다.
이때도 “예” 했으면 끝났을런지도 모르는데
” 아니요, 나는 오늘 저녁에 안 죽고 싶는데요” 라고 한
내 대답이 그 중늙은이에게 기회를 줘버린 것이다.
아, 이 때 부터 나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예수를 믿는다니 헛 믿는구먼, 어느 순간에라도 부르면 예 하고
기쁘게 가야지” 로 시작하드니 성경 구절구절을 읊어 대면서
우리 죄를 사하신 예수님….. 어쩌고 저쩌고….
껌딱지처럼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아기를 업었는데도 어찌나 걸음이 빠르고 기운이 센지
도망을 가도 계속 따라 붙으면서 “우리 죄를 사하신 예수님”
어쩌고 저쩌고….
할 수 없이 다시 말을 걸었다.
“어느 교회 다니시나요?” 하고 물었드니 그 사람의 대답은 이상한
교회는 아니고 우리동네 교회 이름을 대면서 그곳에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말했다.
“당신처럼 전도하면 진절머리가 나서 다니던 교회도 때려 치울걸요”
했드니 또 그 말 꼬리를 잡고 따라 붙기 시작….
안되겠다. 좋은말로는 절대로 안되겠다.
그래서 돌아보면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싱글벙글 웃으며 다시 따라 붙는다.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해서 간신히 떼어 버렸는데
그 다음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어떤 젊은 여인이 닥아오드니
” 저분이 당신을 사랑해서 그러는거에요” 한다.
앗, 이건 또 뭐냐?
또 도망가기 시작….
마침 단골로 다니는 옷 수선가게 앞 까지 왔길래 그곳으로
들어가서 문을 쾅 닫아 버렸드니 그때사 그 젊은 멋쟁이도
떨어져 나간다.
세상에 이런 일이…..
살다 살다 정말 별꼴 다 본다.
이런 사람들이 예수를 전도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욕 보이는것,
나도 종교를 믿지만 종교인이 저 정도되면 가히 미친사람
수준이 아닐런지….
나도 좀 웃기는 할매이기는 하다.
그렇게 도망을 다니면서도 휴대폰으로 국화꽃 사진을 찍었거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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