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초등학교 화단에 목화꽃이 피었다.
아침 산책길에 우연히 들렸드니 제법 몇 송이의 목화꽃이 빗물을
머금은채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는게 아닌가.
학교니까 관상용으로 심은건 아닐테고 아이들에게 교육용으로
심었을게다.
어릴적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었지만 최근들어서는 목화꽃을
본 기억이 없다. 노랫말 속에서나 들어 보았을뿐.
그런데 자세히 보니 꽃이 참 예쁘다.
색깔도 흰색, 연노랑색, 그리고 연분홍색으로 그 어느 꽃 보다도
곱다.
이 꽃이 지고 열매를 맺어, 그 열매가 익어서 터지면 그 속에서
하얀 목화솜이 나왔었지.
엄마는 벌어진 열매속에서 하나 하나 목화솜을 꺼내서
씨앗과 솜을 분리하는 일을 한 후에 물레로 실을 만들어서
베틀에다 무명을 짯었는데,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또 손으로
바느질을 해서 옷을 만들어 입히곤 하셨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6,25 전쟁 이전까지는 우리는 여름이면 삼베옷, 겨울이면 무명옷으로
살았다. 간혹 명절에 명주옷을 얻어 입긴 했지만.
흰무명 옷은 때가 잘 탔다. 얼마 안 입으면 새까매져서 벗어 놓으면
양잿물에다 삶아서 빨아서 또 옷을 새로 지어서 주시곤 하셨는데
이제는 추억속에서만 그 시절이 존재할 뿐이다.
이 열매가 다래다. 익기전에 따서 먹으면 달콤했었다.
저 열매 하나 하나가 솜을 피워내는데 어린 우리는 그저 단맛에 취해
학교 파하고 오는길에 아무밭에나 들어가서 멋대로 따먹곤 했었다.
그러다 들켜서 혼 나기도 하고….
그런데 저 다래가 익어서 솜을 피워 내면 그걸 씨앗과 솜으로
골라내고…. 그리고 그 씨앗으로는 기름을 짜서 먹었다.
요즘처럼 식용유가 흔했던 시절이 아니니 무명씨 기름도 먹었다.
아무리 지금이 헬조선이니 뭐니 하지만 그 시절, 그 때와를 비교해 보라.
얼마나 편하고 배부른가?
우연히 들린 학교 마당에서 만난 목화꽃을 보니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무척 고단하고 힘들었던 삶을 살다 가신 부모님
생각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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