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이제는 고기 먹으러 가자는 사람이 없다.
모두들 산채비빔밥이나 청국장, 아니면 두부나 시레기 같은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는것을 좋아하게 된것이 나이 탓이지 싶다.
어제는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총무가 연락하기를 교대역에 오면 시레기 전문점이 있는데
그곳을 예약 했다고 한다.
밥에도 시레기가 섞여 있고 반찬도 모두 나물뿐이다.
큰 냄비의 것은 시레기를 듬뿍 넣은 고등어 조림이다.
고등어만이 동물성이다.
고등어 조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시레기 조림이다. ㅎ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40대 말쯤 초등학교 동창회를 처음 시작했을때는 서른명이 넘었다.
모두들 서울에 왜 그렇게 많이 사느냐고 농담했던게 어제 같은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줄고 줄어 이제는 열명 안팎이다.
술도 딱 두사람만 , 그것도 막걸리를 마시겠다고 해서 막걸리 두병을
시키고, 보니까 담배도 피우는 사람이 없다.
다 한군데씩은 찌그러져 버린것 같다. 보청기를 하고 나온 친구도
있고, 지팡이를 짚은 친구도 있고…….
그러면서 돈은 제발 자기가 내게 해달라고 사정들을 하지만 총무는
거절하고 회비로 밥값을 지불한다.
나이 먹으니까 젊은시절 인색했던 친구들도 돈 주머니를 풀기
시작한다. 밥 한번 못 사보고 죽을가봐 무서운지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오히려 사정을 한다. 밥값을 회비로 지불했으니 차라도
자기가 사겠다고 하는 친구를 따라서 기어히 커피숍까지 갔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남여를 불문하고 참 편안하다.
내 부모님과 형제들을 기억하고 있고 내 뛰놀던 산천을 기억하고
서로의 공통된 화제가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사이가 이 초등학교
친구들이다.
앞으로 몇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고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헤어지는 친구들의
뒷 모습에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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