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을 마셔도 찻집 분위기가 좋고 장식품들이 아깃자깃하고
거기다 사람들까지 친절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의왕시의 청계사 경내의 찻집, 느낌으로 볼때는 절에서 직접 경영
하는것 같고 일하는 사람들은 봉사자인것 같은데 딱 내 스타일에
맞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반겨주는 글 귀 무문(無門)이 시선을 확 잡아 끈다.
다섯명 일행들이 저마다 감탄을 소리를 내며 좁은 공간이지만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나도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바깥으로 청계산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이렇게 예쁘게 연꽃잎도 띄워 놓고….
안에 차 끓일물을 담아놓은 항아리와 수도도 보인다. 일반 수도가
아니고 절의 약수를 끌어다 놓은것이라고 한다.
찻잔을 뎁히고…
둘러봐도 다 마음에 드는것 뿐이다.
차 재료들이다. 국화말린것도 있고 오미자 말린것도 있고 온갖
차 종류가 다 있다.
천장과 벽 전체가 편백나무라고 한다. 편백에서 내뿜는 향이
우리 몸에 좋다고.
우리 일행도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시킨다.
무슨 차를 시킬까고 물었드니 그냥 계시면 여기서 파는 차 종류대로
끓여서 드리겠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차 뷔페인가?
처음 나 온 오미자 차다.
새콤하고 달콤하고 어쩌면 쓴듯도 하고…
커피를 좋아해서 어딜가도 커피만 마시는 성자도 아무말없이 마신다.
우리는 분위기에 반하고 차맛에 반해서 또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일행 다섯중 한명인 남자, 정식이를 놀려대다가
내가 웃으면서 차 봉사자에게 말했다.
”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인데 얘네 둘은 코흘리게 시절부터 연애 해서
결혼하고 그리고 요렇게 잘 사는 커플이라고”
그랬드니 이 분은 한 술 더 뜬다.
나도 초등학교 동창하고 결혼했으면 좋았을걸, 후회됩니다 하고….
주거니 받거니 시간은 잘도 간다.
국화차가 또 나왔다.
배는 부른데 또 마신다. 그리고 수다는 이어진다.
여자 네명중 둘은 4,5년전에 위암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둘 다 지금
멀쩡하다. 치료가 아주 잘된 케이스다.
그 둘중 한사람이 점심을 사고, 여기 차값은 내가 내기로 했다.
우리는 또 서로 아픈 얘기들을 꺼낸다.
유일한 남자, 정식은 최근에 손목수술을 했다. 무엇때문에 했다고
들었지만 금방 잊어 버렸다. 아무튼 손목이 잘 안 움직여서 수술했다고
했다. 나는 며칠 후에 받을 대장검사와 위장검사를 걱정하고…
대장검사는 검사자체는 별것 아닌데 전날 먹어낼 그 많은 양의 물이
걱정이다. 몇년전 검사할때 입으로 물이 도로 나오기도 하던데 하니까
모두들 맞장구 쳐 준다. 정말 물 먹기가 힘들다고.
마지막으로 나온 보이차다.
이렇게 세가지 차를 배가 터지게 마시고, 얼마냐고 했드니
1인당 5,000원씩으로 계산해서 불전함에 넣어 달라고 한다.
다섯명의 차값 25,000 원을 꺼내 불전함에 넣으며 내 생전 처음으로
불전함에 돈을 넣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기분 좋은날이다.
모처럼 먼 옛날 친구들을 만나서 밥먹고 차마시고 수다떨고
절구경 까지 했으니, 아주 운수 좋은날이다.
사는게 뭐 별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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