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은 수제비나 부침개가 땡기는 법이다.
어릴적 어머니는 비가 내리면 수제비나 부침개 외 콩을 볶아 주기도 하셨고
찰밥에다 콩고물을 묻혀서 인절미처럼 만들어서 주기도 하셨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를 닮지 않아서 요리솜씨가 없다.
오랜 직장생활로 가정일을 안 해 본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음식만들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이다.
그래도 간단한 수제비쯤은 만들 줄을 안다.
밀가루가 있고, 국물 우려낼 멸치만 있으면 나머지는 냉장고속에서 이리 저리 뒹구는
야채들을 이용해서 만들면 된다.
없는 솜씨치고 비쥬얼은 꽤 괜찮다. ㅋㅋ
오늘 점심에 이렇게 해먹었다.
먼저 냄비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서 국물부터 만들었다.
끓여서 맛을 우려낸 다음,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내고 맑은 국물만 사용.
야채는 오늘 냉장고속에 있는걸 죄다 조금씩 넣는다.
감자, 애호박, 표고버섯.
더 넣어도 되는데 이것뿐이라...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 낸 국물에 넣고 팔팔 끓이면서
밀가루는 요만큼만 덜어서 반죽 시작, 나도 백종원씨 처럼
모자라면 더 넣고 하니까 굳이 계량같은건 하지 않는다. 대략 눈대중.
반죽을 해서 비닐을 덮어서 조금 숙성 해 놓고
간은 천일염으로. 왜 국간장을 쓰지 않느냐고 물으시면 대답은
국간장이 없어서다. ㅋ
팔팔 끓은 후 수제비가 위로 동동 올라오면 끝이다.
아들과 둘이 먹을거니까 딱 두그릇이다.
약간 많은게 아들 몫, 약간 작은게 내 몫.
초간단 레시피, 아니 레시피라고 까지 거창하게 이름 붙일것 없는 데레사표 수제비지만
오늘같은 날은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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