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남도 5백리 길 세 걔의 도와 열두 개의 군을 거쳐 지나가는
섬진강, 큰 도시를 지나는것도 아니고 넓은 들을 흐르는것도 아니지만
우리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강으로 알려져 있는 강, 좁은 계곡을 지나는가
하면 갑자기 툭 터진 작은 들판과 들 끝 산자락의 마을을 평화롭게
물 아래 드리우는 강, 어디로 흐르다가 이제는 끝인갑다 싶으면 살짝 수줍은듯
고운 몸을 드러내는 산골 색시 같은 강, 잊어버렸다가 생각났다가 산골
깊숙히 굽이돌며 아름다운 산그림자 솔그림자를 제 몸 안에 청청하게
그릴 줄 아는 강, 강물 가까이 끝없이 작고 예쁜 마을들을 거느린 강,
이 아름답고 수줍고 가녀린, 그러나 들여다보면 거기 아름다움 만큼이나
서럽고 비참하고 분노에 찬 역사를 부등켜 안고 흐르는 강...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섬진강변은 꽃대궐을 차렸다.
구례쪽은 산수유, 광양쪽은 매화, 그리고 하동쪽의 벚꽃도 양지바른 곳에는
몇그루 피어 있다.
섬진강변 어느 농원에 그려진 매화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김 용택
매화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 가에 서럽게 서 보셨는지요
]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곡성에서 시작하여 하동까지 이어지는 섬진강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예전에는 줄배도 보였는데 지금은 공중에 매달아 놓은 줄을 당기면서
건너던 배는 보이질 않는다. 어디 한곳쯤 남아 있을법도 한데 눈에
띄질 않는다.
이번에는 먼 길을 달려보지는 못했다. 구례에서 시작해서 화개장터를 지나고
다리를 건너 광양군 다압면 일대만 겨우 돌아보았을 뿐이다.
동백도 피어있고 개나리도 피어있고 벚꽃까지 피어있었는데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 봤기 때문에 사진을 못 찍었다.
섬진강변에 이제 며칠만 있으면 벚꽃이 만개할거다.
쌍계사 들어가는 입구의 울창한 벚나무터널, 내 친구는 벚꽃을 보며
팝콘 뿌려놓은것 같다는 표현을 하며 킬킬거렸었다.
그 친구를 불러서 며칠 있다 또한번 가볼까?
광양의 다압면 일대는 모두가 매화다. 이렇게 많이 심었으니
매실이 전보다는 많이 싸졌고 흔해서 매실즙 담기가 수월하는구나.
축제를 앞두고 행사장이 차려져 있다. 저곳에서 음식도 팔고
엿도 팔겠지...
봄이 오는 섬진강
우리나라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하동포구 80리길도 이 섬진강과
함께 한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라도와 경상도가 갈리는데 희안하게도
다리를 딱 건너서면 말씨가 틀려지는게 신기할 정도다.
막 다녀왔는데도 또 가고 싶은 섬진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