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섬 주변에는 또 작은 섬들이 제각기 자태를 자랑하듯 숨막힐듯한 비경이
펼쳐진다는 해상일주 유람선.
울릉도에 머문지 사흘째, 마지막날 오후 3시에 23,000 원의 요금을 내고 유람선을
탔다.
내일부터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라 아침 첫배로 돌아가기로 하고 울릉여행의
대미를 유람선으로 해상일주를 하기로 한다.
아직까지는 바다도 잠잠하고 날씨도 좋다.
신종풀루 때문에 외국을 못나가서인지 울릉도 도동항은 어딜가나 만원이다.
유람선을 탈려는 줄도 길게 길게 늘어서 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갑자기 도동항에 갈매기떼가...
유람선에 타고 나서야 이유를 알았다.
사람들이 손에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를 부르고 있었다.
갈매기가 새우깡을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다.
서서히 유람선이 도동항을 벗어나기 시작하고 선장의 걸걸한 목소리의 방송이
선내에 울러 퍼진다.
따끈한 커피도 있고 새우깡도 있습니다. 라는.
이렇게 손에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어느새 갈매기들이 날아와서 채가는 모습에
우리 모두는 열광하면서 신났다.
바다의 비경도 펼쳐지기 시작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렇게 산위로 먹구름이 몰려 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다시 맑아지는 하늘, 변덕이 심하다.
이곳 경치에 반한 세선녀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의 삼선암 위로도 갈매기가
날고...
등대위로도 갈매기가 비행을 한다.
파도가 거칠어 지기 시작하는 바다
죽도. 울릉항에 4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위치하며 해발 116미터로 후박나무와
섬일주 오솔길이 절경이라고 하며 이섬으로 가는 유람선이 따로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했다가 어느새 환해지기도 했다가 하는 하늘은 아랑곳 없이
모두 나타나는 섬의 절경에 취한채 열심히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느라 바쁘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유람선의 두시간중 한시간을 우리는 심한 풍랑에 나무잎처럼 흔들리는 배에
시달렸다.
파도가 너무 심할때는 선장이 배의 시동을 끄고 배를 파도에 맡겼다가
조금 잠잠해 지면 다시 시동을 켜고....
마침 갑판에 있었던 나는 일행들과 함께 이리 넘어지고 저리 넘어지면서
순간 죽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에 떨었다.
비도 안내리고 일기예보에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바다에서 갑자기 풍랑을 만나다니...
어느새 사람들은 토하기 시작하고 갈매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바다는 우리를 곧 삼킬듯이 뱃전을 기웃거리는 공포의 시간은 정말 더디게 더디게
흘러간다.
절대의 순간에 벌어지는 기기묘묘한 갑판위의 풍경들이다.
배가 흔들리거나 말거나 굳건히 앉아서 고스란히 파도를 뒤집어 쓰면서 바다만 바라보는
점잖은 사람도 있고, 술취해 갑판을 이리저리 딩굴다 승무원에게 끌려서 아래로 내려
가는 사람도 있고 구명장비를 혼자서 가슴에 안는 사람도 있고 우리 일행처럼
서로 옷을 잡아 당기며 이리 쏠리고 저리 미끌어지면서도 웃느라 정신없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각양각색인데 강심장인 나도 이럴 때 카메라를 들이댈수는 없었다.
토하느라 정신 없던 한 친구가 갑자기 소릴 지른다.
" 내년 봄에 백령도 안갈거다" 고.
무사히 돌아가면 또 잊어버릴 일을 다시는 배타는 여행은 안하겠다고....
한시간 고생한 끝에 드디어 배가 도동항으로 돌아왔다. 정박의 순간,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저승삼정목에라도 다녀온듯한 기진맥진의 모습이다.
멀미를 하지않는 나와 몇몇만 승무원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죽을수도 있겠다는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다음부터는 여행 떠날때 그런 의미의 정리도 해놓고 떠나야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