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는 분명 비가 올 거라고 했는데, 그래서 빨래도 안 하고 있는데
무덥기만 하고 비는 내릴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요양사는 연휴니까 오늘부터 쉬고, 아들도 일이 없는 주말이라고
멀리로 등산을 가 버렸다.
혼자서 잠시 바깥에 나갔다가 너무 더워 도로 들어와서 점심을 먹고
물을 마시다가 컵을 떨어뜨려 물을 쏟아 버렸다.
쏟아진 물은 왜 그리 많은지, 타월 세 개로 겨우 닦았다.
나이드니 왜 자꾸 물건들을 떨어뜨리는지 모르겠다. 모든 기능이
정상궤도를 벗어나는 것 같다.

어제의 하늘이다.
십자가 보이는 건물이 내가 다니는 평촌성당이다.
집에서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큰 도로를 건너야 되고 시장통을 통과해야 되고
육교를 건너야 되고, 그래서 요즘은 가질 못하고 있다.
남의 차 얻어 타고 다니는 것도 저쪽에서 먼저 손 내밀면 모르지만 내가 먼저
태워달라 하기도 민망하고 그렇다.

역시 어제의 하늘
밖에는 못 나가지만 집안에서 TV 만 보기도 머리 아파서 집안을
구석 구석 살펴보니 아들이 쓰는 화장실이 너무 더럽다. 세상에서
지가 제일 깨끗한 듯 설치는 아들도 자기 화장실 청소는 잘 안 한다.
그래서 서서 하는 부분은 그냥 두고 앉아서 할 수 있는 타일 바닥을
윤이나게 닦았다. 아들이 돌아와서 보고 청소한 것을 알기나 하려나?

역시 어제의 하늘, 우리 집 베란다에서 찍은 것이다.
나보다 두어 살 더 많은 이웃 할머니가 요양원으로 갔는데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보기에 그다지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니고 지팡이 두 개를 짚고
꽤 오랫동안 걷기 운동도 매일하고 정신도 멀쩡했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정을 아는 이웃이 "지가 영감 그 정도일 때 가기 싫다는 걸 억지로
보냈으니 그 되갚음 받는 거지"라고 한다.
하기는 몇 년 전에 소문이 자자했었다. 그다지 상태가 나쁘지도 않은 영감을
억지로 요양원 보내는데 첫날은 큰 아들이 데리고 갔다가 안 갈려고 하는 바람에
도로 모시고 왔는데 그다음에 다른 아들이 데리고 가서 요양원에 맡겨 버렸다고
돈도 많은 집에서 사람 쓰지 그러느냐고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게 아들들의
의사라기보다 할멈의 요구였다고, 그래서 그 되갚음을 받는 거라고들 한다.
세상 참 어렵다.
말로는 모두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때가 되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막상 그때가 되면 선선히 가고 싶어 질지는
의문이다.
내일 일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즐겁게, 하지만 쏟은 물 닦은 타월 세 개를
베란다에 널어놓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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