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은 아침부터 불볕더위였다.
9시쯤 집을 나와 동네 가정의원에서 필요한 약 몇 가지를 처방받아
사다 놓고 슬슬 공원으로 나갔더니 늘 나오던 동네친구들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는다. 아파트 재건축 사무실에서 두 회사의 설계도를 놓고
설명하는 사람들만 보인다. 지금 재건축 위원장과 감사, 그리고 무보수
인력들의 선거와 설계도의 선택이 진행되고 있다. 나는 아들과 딸에게
잘 보고 체크해서 우편으로 답 하라 했다.
새로운 아파트가 지어져서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내 나이에 완공되어 다시 들어오기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테니까 귀찮고
걱정만 된다. 살아 있다 해도 집으로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다른 곳에서는 배롱나무 꽃이 피었다고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던데
우리 아파트단지의 배롱나무 꽃은 겨우 한 두 송이씩 피어나고 있을 뿐이다.
늦어도 너무 늦다.

집으로 들어와 지니 TV에서 4,500원을 내고 왕사남을 봤다.
극장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으니까 처음 개봉했을 때 못 보고 넷플릭스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려도 깜깜무소식이라 결국 유료로 봤다.
극장 상영이 막 끝나고 지니TV에 올라왔을 처음에는 12,000원이었다.
혼자 보기에는 돈이 아까워서 아들에게 같이 보자 했더니 관심 없다고 해서
지금까지 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더니 드디어 어제는 5,500원인데
휴대폰 할인을 받아 4,500원에 구매해서 혼자서 봤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다.
입으로는 맨날 그까짓 푼돈에 연연하지 말자, 얼마나 살겠다고 어쩌고 하면서도
막상 이런 일에는 이리재고 저리재고 하는가 하면 혼자 있을 때는 아무리 더워도
아까워서 에어컨을 못 켠다.
나만 이러는 건 아니겠지. 우리 연령대의 주부들은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젯밤에 일어나다 균형 감각을 잃고 엎어져 버렸다.
다친 데는 없지만 오늘은 날씨도 덥고 요양사도 아들도 없고 혼자서 나가기가
싫어졌다. 또 넷플릭스로 영화나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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