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5일이면 만나는 여고 동창 친구들과의 모임을 이번 달에는 4일인
어제 모였다. 여섯 명이 빠짐없이 다 모였는데 한 달만인데도 모두가
많이 달라졌다. 묘희는 지팡이는 안 짚었지만 절뚝거리면서 제대로
걷지를 못했고 영순이는 안 들린다고 자기에게 말을 걸지 말라고 했다.
치매 영자가 느닷없이 우리에게 나이를 묻더니 자기는 83 살인데 너희는
왜 그렇게 나이가 많느냐고 따져서 기가 막혔다. 짐작건대 83세 때
치매가 시작되어 그 후는 나이가 먹는 것도 잊어버린 듯하다.
그러면서도 5일 모임의 하루 전에는 꼭 전화가 와서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한다니 치매환자라도 기억이 아주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치매친구를 데려 오고 데려다주던 경자가 갑자기 어둔해져서 자기 일도
더듬더듬하니 신림동에 사는 유희가 영자를 선릉에 있는 영자네 집까지
데리러 가고 데려다준다.

어제는 추어탕 집에서 만났다.
지난달에 신림동 횟집에서 40,000원짜리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좀 싼 걸로
먹자고 추어탕 집으로 갔다.
11시 30분 약속인데 수지에서 오는 경자가 오지를 않는다.
전화를 걸어서 어디쯤 오느냐고 물었더니 수서역이라고 하더니 한 시간
후에도 안 와서 또 걸었더니 이번에는 일원역이라고 한다.
수서에서 일원이 한 정거장인데 한 시간이나 걸릴 리도 없고 기가 찬다.
영순이가 말하기를 요즘 경자가 길을 자주 잊어버리고 엉뚱한 곳으로
가고 그런다고. 경자도 치매가 오나 하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결국 경자는 1시간 30분 후 도착을 했다.
추어탕 집은 분위기가 식사 끝나고도 느긋이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다.
바로바로 일어나 나가줘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옆의 커피숍으로 옮기고
유희가 들락날락하며 경자 오는가 지켰다가 만나서 식사값을 지불하고
식사 끝나면 옆의 커피숍으로 오라 하고는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이제는 점점 세월 가는 게 무서워진다.
왜 늦었느냐니까 경자는 어물어물 대답을 잘 못 한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
이제 모여 있는 돈 중에서 이영자 몫을 나눠주고 이영자는 이제 데리러
가지 말자고 한 사람이 의견을 내놓는다. 데리러 가고 오는 유희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차라리 모임을 없애든지 해야지
이영자를 빼버리는 것도 너무 잔인한 것 같고 그렇다고 내년이면 90인
유희가 늘 데리러 갈 수도 없고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다.
8월에는 쉬고 9월에 모여서 다시 의논하자고 하는데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다.
여고시절 그 팔팔했던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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