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3년을 같이 보내고 서울에서 늙어가고 있는 내 친구들, 이런저런
이유들로 뿔뿔이 흩어지고 나를 포함 여섯 명이 굳세게 남아서 만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 두어 시간 떨다
헤어지지만 모두가 그날을 기다리며 좀체 빠지지 않는다.
89세의 유희와 영순이, 88세의 경자, 묘희, 그리고 영자와 내가
87세다. 우리 때는 같은 학년이라도 나이차이가 다섯 살 정도 까지났다.
제때에 학교를 못 들어오기도 하고 또 나이 되기 전에 들어오기도 하고
뒤죽박죽이라 요즘처럼 나이가 일정하지는 않다.
89세의 유희가 신림동에서 논현동으로 치매를 앓는 영자를 데리러 가고
데려다준다.
이번 모임에는 처음으로 영자와 내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너희 영감님 아직도 운전하니? 하고 물었더니
"하기는 하는데 아이들이 못 하게 한다"
"그럼 너 병원 갈 때는 어떻게 하니?"
"아이들이 오기도 하고 아니면 지하철로 간다"
"병원이 멀지도 않은데 택시 타지"
"지하철이 있는데 왜 돈 내고 택시를 타니?"
치매 앓은 지가 5년이 넘었는데도 대화를 해보니 멀쩡하고 평소처럼 여전히
돈은 아끼는데 길만 못 찾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대역 7번 출구로 나가서 그 동네 사는 유희를 따라갔는데
건물이 허름한데 룸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식사는 40,000원짜리
코스요리로 시켰다.


오징어무침과 샐러드

오른쪽 접시가 삭힌 홍어다.

가지볶음

도미머리 구이다.

생선초밥 한 사람에 하나씩, 그리고 양갱도 있고..

튀김은 새우와 고구마, 한 사람에 새우 한 마리, 고구마 한쪽이다

멍게다. 싱싱하다.

마지막으로 서더리 매운탕을 끓여서 입가심으로 조금씩 먹고
밥은 안 먹었다. 특별히 맛있거나 개운하지는 않은데 양이 많아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찻집을 가지 않았다.
이 집을 룸으로 자리를 주었는 데다가 커피까지 후식으로 주어서 따로
차 마시러 가지 않고 여기서 식사 끝낸 후 한 30분쯤 얘기하다 돌아왔다.
다음 달에는 추어탕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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