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로 선거를 끝내고 나니 막상 오늘은 할 일이 없다.
아들은 가야산으로 등산 갔고 요양사는 쉬는 날이라 느지막이
일어나서 이웃에게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인숙 씨와
소피아가 가겠다고 한다.
소피아 60대, 인숙 씨 70대, 나 80대, 우리들의 나이 조합이다.
두 사람은 아직 운전을 하지만 내일모레가 80인 인숙 씨는 네비를
얼른얼른 못 보니까 낯선 길은 늘 소피아가 운전한다.
지난번 셋이서 한우 먹으러 갔을 때 인숙 씨가 거금을 내서 오늘은
내가 사기로 작정하고 가서 미리 카운터에 카드를 맡겨 버렸다.

백운호수에 있는 장어의 전설이라는 집, 나는 처음이다.
장어를 좋아하는데 우리 집 식구들은 아무도 장어를 안 먹으니까
혼자 가기도 그렇고, 장어 먹어본지가 한 20년 된 것 같다.

좌석에 앉으니 셀프바가 보인다. 쌈 채소가 고루고루 냉장고에 들어있고
옆에는 빈그릇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종업원이 기본찬을 가져다 놓으면서 셀프바에 여러 가지가 더 있으니
취향대로 가져다 드시라고 한다.

셀프바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왼쪽 위의 노란색은 생강 채 썰은 것,
생강을 이렇게 채 썰어 주는 건 처음이다.

쌈채소에 들깻잎과 상추도 있는데 사진에는 잘 안 보인다.

장어 굽는 건 인숙 씨 담당이다. 소피아는 셀프바에서 반찬 날아오는 것
담당이고 나는 먹기만 한다.

보시다시피 양념 안 한 장어다.

양념 한 장어, 굳이 둘 중 택하라면 양념 안 한쪽이 나은 것 같다.

인숙 씨가 노릇노릇 잘 굽는다.

전복 세 마리, 한 사람에 한 마리씩이다.

전복이 꽤 크다. 서비스인가?
셋이서 양념 2인분, 양념 안 한 것 2인분, 4인분을 시키려고 하니
많다고 말리는 걸 기왕 사는 것 배 터지게 먹자 하고 4인분을 시켰더니
밥은 못 먹겠다고 해서 한 공기만 시켜서 입가심으로 먹었다.

자리를 옮겨 나자로 마을 카페에서 차 마시며 수다 삼매경.
백운호수에서 밥을 먹었는데 굳이 나자로 마을까지 가는 건 이곳에서
우리가 차를 먹으면 그 이익금이 나자로마을의 환우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수녀들이 꽃을 따서 꽃차를 만들어서 판다. 우리가 마신 차는
목련차다.
지금이 오후 5시 23분인데 아직 배가 전혀 안 고프다.
저녁은 먹지 말고 이제부터 개표방송이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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