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양반은 불교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
전날이 생일이고 부처님 오신 날 다음날이 제삿날이다.
그래서 음력이지만 달력을 보지 않아도 절대로 잊어버리는 일은
없다. 그저께 24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니 25일인 어제가 제삿날이다.
돌아 가신지 어언 38년, 내가 몸이 불편해진 이후부터 기제사는
지내지 않는다. 설과 추석 두 번 명절에만 차례를 지내고 있다.
내가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살아생전에는 제사를 지내고 싶었지만
모든 걸 자식들 손에 맡겨야 되니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서
묘지를 정리할 때 조상님들의 제사도 다 안 지내기로 하고 대신
설과 추석에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기로 의논이 되었다.

성당에 연미사를 넣었다.
어제 월요일 미사시간이 새벽 6시라 아파서 몸은 참석을 못하고
집에서 기도만 드렸다.
마음이 착잡하고 서글퍼기도 했지만 자식들에게는 내색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오늘이 아버지 제삿날인데 하고 기억조차 못하는지 안 하는지
말 한마디 하지를 않는다.
24년을 함께 살았다. 38년 전 56세의 나이로 먼 길을 떠났으니 안타
깝기도 해서 내가 몸이 성할 때는 제사상만큼은 극진하게 차렸는데
이제는 성당 연미사 넣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이 심란하고 편치를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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