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장은 한꺼번에 다 볼 수가 없다.
제수용품 마다 보관기일이 다르고 또 미리 마련해 두어야 되는 것도
있어서 차례를 지내는 집에서는 섣달 중순쯤서부터 시장을 드나들며
날자에 맞게 장을 본다.
우리집을 예로 들면 제일 먼저 사는 게 생선이다.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1주일 전 까지는 사야 한다.
말리는 기간 동안에 날씨라도 흐리면 상하기 쉬우니까 날씨가 좋은 날
미리 말려 둔다.
육포나 강정 같은 건 아무 때나 사도 되지만 나물은 만드는 바로 그날 사야
되니 시장을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전 거리 쪽파나 사서 미리 다듬어 둘까 하고 시장에 갔는데 너무
비싸서 7,000원짜리 두 단 14,000원어치를 샀는데 너무 적다.
파는 상인도 미안한지 부추는 쪽파보다 싸니 부추로 하시지요 한다.
쪽파를 사고 바지락 파는 데를 갔는데 바지락은 팔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오징어를 넣어세요 한다.
한 단에 7,000원짜리 쪽파, 헤아리면 한 스무 개 되려나?
쪽파 두 단에 14,000원, 애호박 두 개에 5,000원
생선은 별로 비싸지 않았는데, 조기 한 마리에 5,000원씩 줬고
1만 원씩 준 도미는 벌써 말라서 보관해 두었다.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이 되고 나니 각 건설회사들이 다투어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현수막을 길에 걸어 놓았다.
난데없이 송구영신이란 한문까지 등장하고. ㅋㅋ
장 보러 가다 이 현수막들 때문에 웃었다.
뉴스보기도 겁나는 요즘, 마음 붙일 곳이 없는데 이렇게나마 새해
복을 빌어 주니 고맙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물가가 이렇게 다락같이 올라간 걸 여의도의 그 양반들은 알까 모를까?
각 자의 표 계산에만 신경 집중하지 마시고 설을 앞둔 서민 장바구니 걱정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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