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생전에 손자며느리도 보고 증손까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게는 큰 딸에게서 손녀 1, 둘째 딸에게서 손자 3 이 있는데 둘째 딸의
둘째 아들이 여자 친구를 데리고 인사하러 왔다.
이 손자 필립은 지금 미국 뉴욕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니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는
크로아티아, 중학교는 중국, 고등학교는 싱가포르, 대학은 미국에서
마치고 지금 뉴욕 월가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에 살 때 태어나서
미국 시민권자이다.
1999년생이니 이제 스물여섯 살, 여자친구도 동갑인데 같은 뉴욕에서
학교 무용선생이라고 한다. 한국사람이고 집이 분당이라 겨울 휴가를
이용해서 인사차 온 것이다.
둘 다 한국음식이 그리울 것 같아서 한정식 집으로 데리고 갔다.
이모인 큰 딸과 삼촌인 아들도 함께 했다.
우리끼리면 적당한 음식점을 가면 되는데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하니
솔직히 음식점 선택이 신경이 쓰였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서 찾아낸
심마니란 한정식집으로 갔다.
여자친구가 상냥하고 귀엽게 생겼다.
아주 잘 자란 표가 난다. 김치도 자기가 자르고 국과 찌개를 떠 주면서
그저 생글 생글이다.
기본에 갈비찜을 추가했다.
잘 먹어줘서 기분이 좋다.
밥은 곤드레 돌솥밥으로 했다. 미국에서는 먹어 볼 수가 없다고.
양념장 넣고 비벼서 둘 다 잘 먹으니 기분이 좋다.
닭고기에 녹두와 팥이 들었는데 음식이름은 모르겠다.
손자는 한국에 3일 체류하다 오늘 돌아갔다.
태국에 가서 부모님 만나고 좀 있다 와서 한국에서는 오래 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루는 둘이서 데이트, 하루는 여자친구집 인사, 그리고 하루는 우리 집으로 온 거다.
여자친구 집에서도 엄청 좋아했다고 한다.
손자가 태국에서 오느라 외투 속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왔는데 춥다고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백화점으로 데리고 가서 세타도 사 주었다고 입고 왔다.
완전 사위취급받은 것 같다.
손자가 키도 180이 넘고 얼굴도 준수하고 좋은 학벌에 좋은 직업을 가졌으니
여자친구의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다.
우리 집에 있으라고 침구도 손 봐 놓았는데 사흘밖에 안 있으니 어자친구집 근처
호텔에 있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식당에서 바로 헤어졌다. 둘의 시간을 가지기에도 부족한데 우리가 붙들고
있으면 안 되니까.
삼촌이 슬쩍 봉투하나를 호주머니에 넣어준다. 데이트 비용으로 쓰라고.
본인은 쉰이 넘도록 장가를 안 가면서 조카가 여자친구 데리고 오니까 너무 좋은지
연신 싱글거린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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