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꼭 열흘 남았다.
슬슬 장도 봐야 간단하게나마 차례도 지내는데 이제는 장보기조차
버겁다.
요양사를 데리고 생선시장부터 갔다.
경상도식 차례 음식의 생선은 말려서 쪄서 상에 놓기 때문에 지금쯤
사서 하루쯤 간 절였다가 말려야 하기에 어기적 거리면서도 시장을
갈 수밖에 없었다.
야채나 다른 전 거리는 다음 주에 사도 되고 아이들 시켜도 되는데
생선만큼은 내가 가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한다.
역시 설 대목장답다. 이른 아침인데도 손님도 많고 상인들도 열심이다.
생선시장은 바닥에 물기가 있어 미끄러워 넘어질까 겁나 사진도 겨우
몇 장만 찍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조기 여섯 마리와 도미 세 마리를 샀다.
손질해 준다기에 아예 배를 갈라서 창자를 다 빼주고 소금은 조금만 쳐 달라고
주문했다.
주말이라 회 사러 오는 사람도 많은 모양, 이렇게 떠 놓은 것도 있네.
보통은 수족관에 있는 걸 골라서 떠 달라고 하는데 미리 떠 놓은 것도
있어 편하겠다.
조기 여섯 마리와 도미 세 마리를 샀는데 저렇게 손질이 엉성하니까
집에 가서 내가 다시 손 봐서 말려야 한다. 저녁때까지 그냥 두었다가
소금 씻어내고 손질해서 4,5일 말리면 된다.
그리고 전 거리와 나물은 다음 주말에 사도 된다. 별로 하는 것도
없지만 설 장은 한꺼번에 볼 수가 없는 게 종류마다 구입해야 하는 날들이
틀린다. 옛날 같으면 산적도 소고기와 상어 두 종류로 하고 전도 많이
부치고 떡도 하고 식혜도 수정과도 했지만 지금은 다 생략하고 생선 몇 마리
전 몇 가지, 나물 몇가지. 떡은 해 놓은 것 사서 흉내만 내는데도 힘이 드니 나도 참...
설 명절, 여자들에게는 지옥이라고들 말 하지만 나는 기다려진다.
아이들도 다 오고, 봉투도 내놓거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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