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부터 민백공원에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당첨 축하잔치가
열립니다. 주민 여러분 께서는 꼭 참석하셔서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부터 방송이 계속된다.
별 하는 일도 없어 시간 맞춰 걷기도 할 겸 이웃 몇 사람과 어울려서 나가봤다.
추운데도 불구하고 긴 줄이 서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 온 사람들이 많다.
나 같은 사람들은 선도지구 지정이 별로 반갑지도 않지만 이렇게 잔치까지
하는 걸 보면 좋기는 좋은가 보다.
사실 내가 반대해 봤지만 전체의 흐름이 재건축 앞당기는 쪽으로 흘러가면
따라가야겠지만 번거로운 건 사실이다.
산책로에도 아파트 마당에도 곳곳마다 선도지구 지정을 축하한다는
건설회사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 잔치는 무슨 돈으로 할까?
아직까지 돈을 걷지도 않았는데, 혹 건설회사들이 기부한 걸까?
이 사진만 왜 흑백인지 모르겠네. ㅋㅋ
음식은 이외에도 순대, 떡볶이, 어묵등이 있었지만 사진을 못 찍었다.
아침 한 때는 진눈깨비도 날렸는데 잔치를 하는 이 시간의 날씨는 너무 좋다.
1기 신도시인 평촌을 비롯, 분당, 일산, 산본, 중동의 재건축이 대통령 공약사항인데
잘 진행될려는지도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잔치까지 벌이니 낙관적이기도 한
모양이다.
30여 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나는 여기서 생을 마감하리라고 작정을 했었다.
결혼 후 여기까지 올 동안 열일곱 번의 이사를 해서 이사에는 도가 트기도 했지만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었다. 우리 식구가 살기에 크기도 좁지도 않고 또 동네
인심도 좋고, 성당이나 병원도 가깝고 해서 다시는 이사 안 하리라는 맹세도
했는데 재건축이 추진되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갔다가 와야 된다.
재건축이 보통 완성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어쩌면 나는 이사 나갔다가
들어와 보지도 못하고 죽을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대를 했지만 잔치를 한다니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나가 보기는 했다.
모두 먹기만 할 뿐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없다.
뒤숭숭한 시절탓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