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병이 나 버렸다.
10여 년 전 대상포진을 앓았었는데 그때 신경절을 침범한 후유증이
남아서 이따금씩 많이 아프면 진통제를 먹었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요 며칠새 그 자리가 너무나 아프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다가 칼로 베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정신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
꼭 대상포진이 올 때처럼 아파서 병원엘 갔더니 의사가 대상포진은
아닌 것 같고 신경절이 침범되면 한 번씩 애를 먹이기도 한다고
근육진정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다.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일은 없었는데 누워있어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아프다.
밥을 하기도 힘들어하니까 아들이 잘 먹어야 된다고 고깃집엘 데리고 갔다.
고기가 아주 맛있는 집이라고.
아들은 요새 일이 많아 바쁘다. 울산에 오는 일본 축구팀 통역을 위해
울산으로 가는데 추석에도 못 온다고 고깃집으로 데리고 갔는데
이 날은 밥맛조차 없어서....아들 고맙고 미안.
맛있어 보이는데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다.
요양사와 아들도 아픈 내 눈치 보느라고 제대로 못 먹는다.
꽤 비쌀텐데 아들이 계산해서 가격은 모른다.
아들은 울산으로 떠나고 요양사는 어차피 집에 가봐야 혼자니 며칠 동안
우리 집에서 자면서 날 보살펴 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사람이다. 오늘 청소 다 하고 필요한 것 다 사다 놓고 내일 아침에
큰 오빠집으로 부모님 차례 지내려 간다고 한다.
오늘 낮에는 딸이 와서 베트남 쌀국숫집으로 데리고 갔다.
팟타이라는 음식, 14,500원, 약간 달콤한데 맛있어서 조금 먹었다.
베트남 쌀국수다. 11,000원, 고수를 많이 넣어서 먹으니 잘 넘어간다.
아플수록 먹어야 한다고 딸과 요양사가 자꾸 권한다.
스프링 롤, 월남쌈이다. 내가 하나, 딸이 하나, 요양사는 두 개 먹었다.
다녀와서 약 먹고 종일을 비몽사몽이다. 의사가 약을 주면서 졸음이 올 거라고
하더니 밤에도 낮에도 졸린다. 졸리는 것은 나쁘지는 않다.
나이 드니 병원 가는 일이 정말 많다.
재활병원 다녀오는 길로 정형외과에 가서 무릎 주사 맞고, 또 가정의원으로 가서
통증약을 받아 왔으니 오늘 병원 세 곳을 갔다.
의료비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정부에서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해서 환급을 해주는
제도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추석이 낼모레, 아프지 말아야 조상님 차례도 지낼 텐데 걱정이다.
요양사가 장을 봐다 놓고, 마른 고사리도 삶아 놓고 대강의 준비를 해 놓았다.
큰 딸이 동네에 사니까 와서 음식 만들거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다.
티스토리 벗님들도 추석 명절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