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한 접, 100개 중 30개는 장아찌용으로 나머지는 1년 두고 먹을
양념용 마늘로 갈아서 냉동실에 갈무리해 놓는 일을 하느라 사망
직전까지 가다니, 저질 체력도 보통 수준 보다 더 낮은 저질체력이다.
이까짓 일, 옛날만 생각하고 하필이면 요양사 쉬는 날 혼자서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솔직히 요양사 업무에 마늘 까기 같은 건 있지도 않고 또 같이 있을 때
내가 시작하면 따라서 군말 없이 하겠지만 너무 미안하기도 해서
설마 죽기야 할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마늘 한 접 까기였다.
티스토리 블로그 이웃인 노당님에게서 산 홍산마늘, 한 접을 까니 이렇게
세 바구니가 나왔다. 노당님은 성실하게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라 노당님이
귀농한 후부터 마늘, 고춧가루, 들깨... 이런 등속의 농산물은 모두 노당님네서
구입한다. 두 접 사서 딸 한 접 주고 한 접은 우리가 먹는다.
깐 마늘 30개로 장아찌를 담근다. 사과식초를 물 4분의 1 섞어서 부어 놓았다.
5일에서 7일 내로 마늘의 아린 기가 빠자면 식초물은 버리고 간장과 소금, 물,
설탕을 내 입맛대로 섞어서 끓여 부으면 마늘장아찌는 완성.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다.
장아찌용 빼고 70개를 이렇게 커트기에 갈았다.
너무 곱게 갈면 물이 생기니까 약간 덜 갈았다.
간 마늘은 이렇게 용기에 담고
용기가 모자라 이렇게 지퍼락에도 넣고
보, 냉이 되는 가방에 차곡차곡 넣었다. 물론 냄새 차단도 된다.
이렇게 해서 냉동실 한쪽에 넣어두고 일 년 내내 하나씩 꺼내서 쓴다.
셰프들은 마늘을 이렇게 하면 향이 좋지 않다고 그때그때 까서 찧어서
쓰던데 나는 셰프도 아니니까 그저 내 편한 대로 할 뿐이다.
아침 일찍 시작해서 끝나고 나니 거의 저녁때였다.
일 해 놓고 나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허리도 아프거니와 다리도 움직여
지질 않는다. 엉금엉금 기어서 욕조에 물 틀어놓고 뜨거운 물에 몸부터
담갔다. 그러고 나서는 판피린 한 병 마시고 밤새 앓았다.
그냥 슈퍼에 파는 찧어놓은 것 사 먹을걸, 눈치 보여도 요양사 있을 때 할걸...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3일이 지난 오늘은 그래도 거뜬까지는 아니지만 사망직전에서 부활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