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경 눈을 떴다.
아들 방 쪽을 보니 기척이 없다. 외박?
어제저녁 나가더니 밤에 연락도 없이 안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카톡을 보니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친구집에서 잡니다"이다.
11시까지는 들어온다고 하는데 오늘은 요양사도 휴무일이라 뭘 할까
망설이다 토요일 소금물 끓여서 부어 놓은 오이지 생각이 났다.
물 다시 한번 끓여 부어야지.
옛 블로그 이웃이신 루시아 님이 직접 농사지은 오이를 보내왔다.
바로 그날, 토요일 요양사와 둘이서 소금물을 끓여서 부었다.
유튜브 보니 물 없이 담그는 법도 있고 이런저런 방법이 많이 있지만 그냥
내가 수십 년 담그던 대로 소금물만 끓여 부었다. 설탕, 조미료 없이
순 재래식, 아니 할머니식이다.
이렇게 눌러 두었는데 사흘이 지난 오늘 보니 정말 노랗게 변했다.
혼자서 힘들었지만 낑낑거리며 오이를 소쿠리에 건져 놓고 소금물을
다시 끓여 식혀서 부어 놓았다. 이제 익으면 먹으면 된다.
그래도 10시밖에 안 되었는데 운동 안 하고 넘어가면 안 되지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마당에는 몇 가지 꽃이 피어 있어서 꽃구경도 하고
아들 오기전에 얼른 들어 갈려고 산책로로 나왔다.
루드베키아가 꽤 많았는데 많이 없어져 버렸다.
수국도 작년보다 줄어 버렸다. 왜 인지는 나도 모른다.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아들은? 요양사는? 왜 혼자에요?
아는 사람 많은 동네가 이럴 때는 좀....ㅎㅎ
결국 3,000 보도 못 채우고 집으로 들어왔다. 2,820보.
아들과 냉콩국수 끓여 점심으로 먹고 너무 더워 다시 걸으러 나갈 엄두가
안 나 그냥 TV를 보기로 했다.
지금 아들은 헬스장 행, 나는 블로그 놀이.
심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