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해도 칙칙하던 나무들에서 새싹이 돋고 꽃이 피었다.
살구나무는 아침에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오후가 되니 분홍빛을 띠며
예쁘게 피어있는 게 아닌가.
신기하다 못해 신비롭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사진을 꼭 찍어야 하는 내가 좀 우습긴 하다. ㅎㅎ
살구꽃만 보면 늘 생각나는 이 호우의 시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 서 본들 반겨 아니 맞으리
목련도 피고, 이 나무 바로 옆 자목련은 아직 안 피었다.
진달래도 수줍게 벽 귀퉁이에 피었다
멀리서 본 살구꽃인데 분홍빛이 간 곳 없으니 솜씨 탓일까? 연장 탓일까?
앵두꽃도 활짝
나의 산책로다. 삭막했는데 파랗게 변해간다.
이 길이 편도 500미터, 여기를 매일 두 왕복, 2킬로를 걷는다.
1킬로는 그냥, 1킬로는 지팡이 짚고.
개나리도 노랗게 피었다
산수유, 사진이 왜 저 모양이지?
민들레도 나 여기 있어요 하네
꽃이 안 핀다고 남녘의 꽃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조바심을 냈는데
어느새 이렇게 피어서 즐겁게 해 준다.
우리 아파트 앞 평촌 벚꽃 길에도 곧 벚꽃이 필 거다.